EU, 희석된 대러 제재 강화안 합의…유가 상한선 동결

입력 2026-07-23 19:12
EU, 희석된 대러 제재 강화안 합의…유가 상한선 동결

그리스에 러시아산 LNG 운송 예외 인정하며 돌파구

참전 러 군인 EU 입국 금지·러 정교회 수장 제재 등도 불발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주 간 난항을 겪던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강화안이 원안보다 희석된 채 23일(현지시간) 승인됐다.

AFP통신 등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그리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역내 해운업체들이 북극 지역에서 생산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제3국으로 계속 운송할 수 있도록 예외가 인정되면서 마지막 걸림돌이 해소됐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제21차 러시아 제재안에 회원국들이 합의한 후 "우리의 21차 제재안은 에너지, 금융 서비스, 암호화폐, 무역 등 (러시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분야를 겨눴다"면서 "우크라이나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우리의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현재 배럴당 44.10달러(약 6만5천원)로 설정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이 1년간 동결된다. 이는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원유 가격 급등으로 추가 이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라는 '전쟁 기계'가 시장 충격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원유 가격상한 조정을 1년간 동결한다"고 밝혔다.

EU와 주요 7개국(G7), 호주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바 있다. EU가 정한 상한선을 넘는 가격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는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새로운 제재안으로 러시아의 금융 부문과 암호화폐 관련 기업도 대거 제재 대상에 추가됐고, 러시아 관리 수십 명도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새롭게 포함됐다.

로이터는 은행을 비롯한 러시아 금융기관 94곳, 모스크바 증권거래소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며, 제재가 공식 발효되면 이들 기관은 자산 동결, 여행 금지, 금융거래 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적용받게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지원하는 선박도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에 접어들며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마련된 이번 조치가 러시아 금융 시스템을 더욱 압박하기 위해 은행 부문을 집중적으로 겨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겨냥해 마련된 21번째인 이번 EU 제재안은 회원국 간 이견으로 원안에 비해 완화된 수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EU 집행위원회와 대다수 회원국은 당초 이번 신규 제재에서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더 옥죄기 위해 러시아산 LNG의 제3국 운송을 전면 금지하고자 했지만, 자국 경제가 입을 타격을 우려하는 해운 강국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군인들의 EU 입국을 금지하는 비자 금지 조치도 불발됐다. 회원국들은 향후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합의에만 그쳤다.

불가리아의 반대로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를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금지 명단에 올리는 것도 무산됐다.

아울러 러시아산 대구와 명태 수입 금지 조치는 포르투갈과 프랑스에 가로막혔다고 AFP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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