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러시아 인사들, 우크라 해법 놓고 비밀 회동"

입력 2026-07-22 00:38
"독일·러시아 인사들, 우크라 해법 놓고 비밀 회동"

아제르바이잔서 비공식 만남…독일 정부 "그런 회동 모른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과 러시아 고위 인사들이 최근 비공식으로 만나 양국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독일과 러시아 인사들이 이달 12∼14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머문 사실을 국경수비대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에서 관련 정보를 받지 못했다. 우리 영토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회담 장소로 사용된 것"이라며 "이 회담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에 기여한다면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 주간지 차이트는 마티아스 플라체크 전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총리, 로날트 포팔라 전 독일 연방총리실장이 12∼14일 바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을 비밀리에 만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빅토르 주브코프 이사회 의장, 발레리 파데예프 러시아 대통령실 인권위원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은 자국이 제시한 조건 하에서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고 전후 독일과 러시아 관계를 어떻게 정상화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차이트는 전했다.

독일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천연가스를 싸게 수입하며 러시아와 에너지 밀월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시작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가 파탄났다.



독일 정부는 이 회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이날 알리예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런 회동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유럽 차원에서 여러 차례 대화를 제안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이 교착에 빠진 뒤 유럽은 러시아와 물밑 대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실 외교수석은 지난 2월 모스크바를 찾아가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외교정책 보좌관을 만났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측근이자 수석보좌관인 페드루 루르티도 지난 6월 러시아 대통령실 인사들과 비밀리에 접촉했다.

유럽 주요국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유럽이 끼게 될 경우 주도권을 잡으려는 알력이 벌써 감지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코스타 의장 측이 회원국과 협의 없이 러시아와 접촉을 시도했다며 반발했다.

바쿠 회동에 참석한 이들은 과거 독일과 러시아 공동 포럼 '페테르부르크 대화'를 주도한 인물들이다. 2001년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창설한 이 포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단됐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슈뢰더 전 총리와 대화하기가 편하다고 말하자 유럽에서는 푸틴과 가까운 그를 종전협상 중재자로 내세워도 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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