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서 사라진 러 군함…"우크라전·시리아 정권 교체 영향"
감시단체 '러시아군 관측소' 분석…2013년 이래 처음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7월 초 이후 지중해에서 러시아 군함이 모습을 감췄으며 이는 1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공개 정보 감시 단체인 러시아군 관측소에 따르면 러시아의 마지막 군함들이 이달 초 지중해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이 해역에 군함을 한 척도 배치하지 않은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개입과 시리아 타르투스 기지 사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남부 진출 견제, 그리고 중동·지중해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2013년부터 지중해에 군함을 상시 주둔시켰다.
이례적인 이번 철수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와 튀르키예가 시행한 통항 제한,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제약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나타났다.
튀르키예는 1936년 체결된 '해협의 체제에 관한 몽트뢰 협약'에 따라 분쟁 당사국의 군함이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군함을 지중해로 이동시키기 어려워졌고, 함정 교대와 병력·물자 순환도 한층 복잡해졌다.
여기에 2024년 말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러시아는 중요 우방도 잃은 상태다.
시리아 타르투스항은 오랫동안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해군이 연료와 물자를 보급받고 함정을 수리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이었다.
그러나 수니파 이슬람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이던 아메드 알샤라가 집권한 이후 러시아가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크게 축소됐다.
러시아군 관측소는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에 "타르투스는 러시아 해군의 상시 주둔을 위한 물류 거점이라기보다 소규모 물류 허브로 변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 관측소에 따르면 러시아 함정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돼 현재 북유럽 해역에서 러시아 정부 소속 선박과 특수 목적 선박을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영국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중해에서 마지막으로 관측된 러시아 함정은 호위함 '아드미랄 카사토노프'와 보급함 '아카데미크 파신'이었다. 두 함정은 6월 초 타르투스항에 기항한 뒤 이집트와 알제리를 거쳐 지중해를 빠져나갔다.
우크라이나 전문 매체 유나이티드 24는 이번 철수는 러시아가 본국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 함대를 계속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 해군이 전략적 지역인 지중해를 영구히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지중해는 러시아 함대가 대서양과 다른 작전 해역으로 이동할 때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를 대체할 새로운 해외 거점 기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아프리카 수단의 홍해 연안을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논의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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