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린 옷·신발, 폐기 안돼' EU규정 발효…명품업체 등 타격
과잉생산·섬유 폐기물 줄이려는 차원…중소기업엔 2030년 적용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대형 패션업체들이 안 팔린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을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규정이 19일(현지시간)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2024년 7월 도입된 EU의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른 것으로,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섬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중소기업들에는 4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30년부터 적용된다.
유럽 대기업들은 이번 규제에 따라 미판매 제품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등 폐기하는 대신 할인 매장이나 대체 시장 등에 재판매하거나 기부해야 한다.
제품이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파손된 경우, 제조된 상품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거나, 기부받을 자선 단체 등에서 인수를 거부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폐기가 허용된다.
다만, 이런 예외 규정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은 매년 미판매 재고 발생 규모와 폐기 내역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속에 나선 각국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기업들은 당국의 점검에 대비해 관련 기록을 5년간 보관해야 한다.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소매협회(HDE)는 이번 조치로 할인 매장, 중고 유통 채널 등을 통해 할인 상품의 공급이 늘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고, 환경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슈타펜 겐트 HDE 대표는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의류가 버려지는 일이 줄어들고, 제품의 재판매와 기부가 늘어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 업계에서는 그동안 재고 상품의 보관, 분류, 수선, 재판매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싸게 먹히는 까닭에 멀쩡한 상품을 폐기하는 일이 잦아 환경단체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 출시된 전체 의류 제품 중 한 번도 사용되지 않고 폐기되는 제품은 매년 전체의 약 4~9%에 달하며, 이 과정에서 매년 약 560만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한편, 그동안 브랜드의 가치를 지킨다는 구실로 재고 상품을 대거 소각·매립해온 명품 업체들은 이번 규제로 인해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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