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미중러 외교수장 참석…회담 여부 주목(종합)

입력 2026-07-20 17:57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미중러 외교수장 참석…회담 여부 주목(종합)

루비오 "왕이·라브로프와 만날 의향"…중국·필리핀도 2년만에 대좌

中외교부, 일정 질의에 "구체적 상황 적절한 시기에 발표"…즉답 피해



(하노이·베이징=연합뉴스) 박진형 김현정 특파원 = 오는 21∼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들 사이에 회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회의 참석차 필리핀으로 출발하기 전에 왕 주임이나 라브로프 장관과 만날 계획 여부에 대해 "그들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과 중국처럼 크고 강력한 두 나라가 있을 때는 항상 마찰이 생기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처럼 강력하고 중요한 국가들은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왕 주임과의 회담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열린 자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회담 논의 주제 등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므로 절대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둘은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시 배석자로 만난 바 있다.

같은 날 중국 측도 왕 주임의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참석 일정을 공개했으나,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왕 주임과 루비오 장관 간 회담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확인 요청에 "구체적인 상황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이니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답했다.

이번 회의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동아시아 협력이 지역과 세계의 안정·발전·번영을 촉진하는 데 계속 적극적으로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아세안 국가와 협력의 공감대 형성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회담도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이번 회의 기간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들과 모여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 등을 논의하며, 올해 아세안 순회 의장국이자 회의 주최국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이밖에 22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한반도 문제와 안보 협력, 지역·글로벌 정세, 경제안보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 주임은 이번 회의 기간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필리핀 외교부가 전했다.

중국과 필리핀 외교 수장의 만남은 2024년 7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린젠 대변인은 관련 일정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기에 관련 상황을 발표할 것"이라고만 밝히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다시 고조된 가운데 두 나라가 이번 만남을 통해 갈등 수위를 낮출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지난달 중국은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해 입국 금지 등 제재를 가하고 필리핀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대륙붕 경계 획정 협상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우선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다시 격화되는 중동전쟁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현 사태 전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양측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동남아 국가 외교관 2명이 AP 통신에 전했다.

석유·가스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동남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다시 위협받고 있다.

현재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집중하고 중동으로 군사력을 분산시키는 가운데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를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를 루비오 장관 등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또 왕 주임과 만나 남중국해에서 각국 간 충돌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남중국해 행동강령을 마련하기 위한 아세안과 중국 간 협상 진행 상황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밖에 최근 군사정권 수장 출신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이 이끄는 미얀마 정부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외교장관 회의를 가진 이들 장관은 미얀마 내전 해결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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