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美, '우라늄농축 금지' 요구 거부되자 전쟁 오판"
언론 인터뷰서 협상 경위 적극 설명…"美침략 모든 시나리오에 대응 준비"
"10% 가능성만 있어도 협상해 봐야"…"최고지도자 순교에 호르무즈 봉쇄"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이 전쟁 전 핵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금지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전쟁을 일으키는 오판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공개된 현지 언론인 자바드 모구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12일 전쟁에 승리했으므로 협상으로 우리의 권리를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 방향은 전쟁으로 치달았다"고 지적받자 "그렇지 않다"며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농축도 0%'라는 그들의 비이성적 요구에 우리는 저항했다. 그들은 협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자 이란의 준비 태세를 오판해 전쟁을 시작했다"며 "협상이 전쟁을 유발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2월) 그들은 농축도 0% 요구를 받든지 군사행동을 감수하라는 식이었다"며 "이에 정부와 군 당국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으나 상대가 이 요구를 포기할 수도 있으니 한두 번은 협상해야 결렬돼도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이 축적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어떤 국가든 협상의 길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당연히 위험이 적고 비용이 덜 드는 이 길을 선호한다"며 "10%의 확률이라도 협상을 통해 전쟁이 아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이 기회를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일 전쟁을 끝내고 미국과 협상하기로 한 판단은 내 결정이 아니고 집단적 결정"이라며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산하 6인 위원회를 언급했다.
그는 이 위원회에서 군의 한 고위급 인사가 "우리는 완벽히 준비됐다. 장관님은 장관님 일을 하라"고도 했다고 소개하며 이런 논리로 협상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일 전쟁을 통해 우린 정치적 교훈뿐 아니라 매우 중요한 군사적 교훈을 얻었다"며 "미사일 발사대 시스템이 완전히 재편됐고 그들이 아무리 타격해도 즉시 대체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단독 공격, 미·이스라엘과 합동 공격, 국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최고지도자의 유고 시 등에 대한 군사적 시나리오가 모두 검토돼 코드까지 지정됐었다"며 "이런 준비로 전쟁 발발 직후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역시 어떻게 첫날부터 봉쇄할 수 있었겠느냐"며 "최고지도자가 타격을 입을 경우 즉시 해협을 막도록 설계됐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국가들을 왜 강경하게 압박하지 않느냐'는 비판엔 사실과 다르다며 "역내 지도자 중 한명이 지극히 오만한 태도로 묘한 기쁨을 띤 채 '미국이 이란 본토와 당신들의 최고지도자를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에게 '우리 석유 시설을 때린다면 중동 내 그 누구도 석유를 수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역내 국가들이 전쟁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반정부 시위에 대해선 "어쨌든 우리에게 약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1월 8, 9일 외부 공작 세력이 본격 개입해 민간인과 진압군을 무차별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유혈사태가 발생하면 개입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연관 지었다.
핵협상 중재자였던 오만 외무장관이 전쟁 발발 직전까지 협상 분위기가 좋다는 글을 엑스에 올리기도 했지만 실은 미국을 방문한 그가 아라그치 장관에게 전화해 크게 낙담하고 우울해했다고 전했다. 이에 아라그치 장관은 전쟁 하루 전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짓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는 전쟁이 발발한 2월 28일 오전 9시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그날 밤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라그치 장관은 하메네이의 사망 사실을 한동안 부인했었다.
걸프 지역에 대한 보복 공습은 군부의 독자 판단이 아니라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핵심 지휘부와 실시간 소통하며 외교적 최후통첩 이후 단행됐다는 점도 아라그치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대면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휴전이 모즈타바의 의견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엔 "당시엔 그분과 직접 소통이 어려워서 연락원을 통해 소통했고 그러한 방식으로 사안들이 전달됐다"고만 답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