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충돌 수위 올리는 美·이란, '통제 불가' 확전 치닫나

입력 2026-07-18 05:29
무력충돌 수위 올리는 美·이란, '통제 불가' 확전 치닫나

美, 군사시설·인프라 때리며 화력 증강…이란, 걸프국에 전방위 보복

WSJ "대규모 충돌, 양측에 모두 부담"…"파국 치달을 가능성 상존" 전망도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교전 확대 양상을 보이면서 그 배경이 종전협상의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인지, 아니면 전면전이 재점화할 조짐인지 관측이 분분하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60일의 추가 휴전기간 중 절반가량이 지난 이번주, 양측은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한 MOU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군사적 충돌을 이어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MOU 체결 한 달을 맞은 17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한 야간 공습을 이레째 이어갔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했다.

미국은 이란 교량·철도·도로 등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군수 보급용 인프라를 집중 타격했다. 제11해병원정대 소속 병력 2천명이 이란 해역에서 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유럽 기지의 전투기들을 중동으로 다시 전진 배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의 걸프 동맹국인 쿠웨이트·바레인의 미군기지뿐 아니라 발전소·담수화 시설까지 공격한 데 이어, 미·이란의 중재 역할을 하는 카타르와 오만 및 이라크와 요르단까지 때리면서 보복 공격의 범위를 확장하는 모습이라고 WSJ은 전했다.

미·이란의 충돌 격화는 협상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해 상대방을 압박할 카드를 확보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지난 12일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틀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장악력을 무력화하면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군사시설과 인프라를 파괴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도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판단 아래 걸프국 공격으로 국제유가 불안을 자극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듯한 형국이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의 약점을 치고받으면서도 MOU 파기를 선언하고 휴전 이전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모두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양측의 충돌 격화는 '압박용 제스처'라는 해석에 일정 부분 힘이 실린다.

WSJ은 "이번 주에 이미 10% 이상 상승한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고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측면과 경제난 속 "이란의 막대한 전후 재건 과제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전면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양측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짚었다.

다만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의 속성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선 한쪽의 돌발적인 움직임이 교전의 상승작용으로 이어지기에 십상이라는 점이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테네시대의 이란 안보기관 전문가 사예드 골카르는 미·이란이 서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밀어붙이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통제 불가능한' 순간이 오면 확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WSJ에 "이번 확전은 빠르게 격화하고 있으며,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원하지 않더라도 전면전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세계 경제의 목줄인 호르무즈 해협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란과,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를 확보해야 이란의 핵무기 포기라는 궁극적 목표에 가까워지는 미국의 입장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모두 상대방의 굴복을 얻어내기 위해 자국 내 정치·경제적 위기를 억누르면서 "인내력 싸움"을 벌이는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객원연구원은 지난 14일 WSJ에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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