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 유영진 런던정경대 교수, 영국학술원 회원 선출
정보시스템 권위자…기술혁신의 사회재편 연구성과 인정
2022년 인류학자 권헌익 교수가 첫 입성…작년 과학철학자 장하석 선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20여년 역사의 영국 인문사회학 분야 국립 학술원에 한국계 학자가 또 입성했다.
유영진 런던정경대(LSE) 경영학 교수는 영국학술원(British Academy)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신규 선출 영국 거주 회원(UK fellow) 58명의 명단에 올랐다. 학술원은 영국 회원 외에 국제 회원 32명, 명예 회원 2명 선출도 함께 발표했다.
1902년 설립된 영국학술원은 인문사회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원으로, 과학 분야의 왕립학회와 함께 영국의 주요 학술원으로 꼽힌다. 영국 국내외에서 모두 1천8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해마다 인문사회학 여러 분야 발전에 공헌하는 학자를 동료 학자들이 선출한다.
회원이 되는 것만으로도 각계에서 명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연구 자금이나 출판, 정책 자문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명 회원으로는 아마르티아 센, 조지프 스티글리츠, 토마 피케티, 니컬러스 스턴 등이 있다.
2022년 인류학자 권헌익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한국인으로선 처음 영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됐고, 지난해에는 과학철학자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도 가세했다.
한국계 경영학자로는 처음으로 영국학술원 회원이 된 유영진 교수는 정보 시스템 분야에서 연구 업적을 쌓아온 학자로, 동료 심사 논문 170여 편이 주요 학술지에 게재됐다. 국제 학회 정보시스템학회의 회원이며, 학술지 '정보시스템 연구' 선임 편집자를 지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석사를,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에서 석좌교수를 지냈다. 작년부터 런던정경대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유 교수는 연합뉴스에 "런던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영예를 누리게 돼 감사하고 외국에서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학술원은 유 교수가 디지털 기술 혁신이 조직과 사회, 기업, 가치를 재형성하는 방식에 관한 독창적인 이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2010년 '디지털 혁신의 새로운 조직화 논리'에서 소개한 '계층형 모듈러 아키텍처' 이론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 중 하나로, 디지털 플랫폼과 생성성 연구의 토대가 됐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시대 컴퓨팅의 가치와 기술의 실시간 결합, 생성형 기업 출현을 연구하며 생성형 경제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다.
유 교수는 "학술원이 그동안 전통적인 인문학, 경제학의 가치를 중시했는데 최근에는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2년째 회원이 뽑히고 있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기술의 본질은 그 뒤에 있는 사회적 계약에 있다"며 "데이터를 예로 들면 그 데이터 변수를 정하는 건 국가 권력, 기업 권력이고, 기존의 사회과학 연구는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사후 비판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도 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윤리적 AI, AI의 책임성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이쪽의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작년에 영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된 장하석 교수는 화학과 물리학의 역사와 일반적인 과학철학을 아우르며, 과학자들이 충분히 다루지 않는 과학적 질문들을 역사와 철학으로 탐구하는 학자다.
2007년 온도에 대한 과학적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 저서 '온도계의 철학'으로 과학철학 권위의 러커토시상을 받았다. 장 교수는 지난 5월 작고한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차남이자 경제학자 장하준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교수의 동생이다.
한국인 학자로선 처음으로 2022년 영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된 권헌익 교수는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그리고 아시아의 냉전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실증적 현장 연구자로 명성이 높다.
냉전사 연구에 천착해 '인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인류학회 기어츠상과 조지 카힌상, 프랑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상 등 세계 주요 상을 휩쓸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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