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차기 총리 버넘 "공공통제 늘리되 기업친화적일 것"
당대표 취임 연설…"좌파, 우파도 아닌 노동당다운 노동당 될 것"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차기 총리로 확정된 앤디 버넘 새 노동당 대표가 17일(현지시간) 중도좌파 노동당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친기업적인 지도자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버넘 대표는 이날 집권 노동당 특별 당대회에서 한 취임 연설에서 "영국은 1980년대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섰다. 정치 권력은 중앙집권화하고 경제 권력은 민영화했다"며 보수당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대의 대처리즘을 비판했다.
그는 "나라는 주택과 물, 에너지, 교통 등 필수재에 대한 통제를 포기했고 사람들은 더 높은 비용에 노출됐으며 더 적은 사람과 더 적은 곳에 부와 권력이 집중됐다"며 "우파는 통제권을 되찾자는 말을 하지만, 애초에 통제를 포기한 게 그들이었다"고 주장했다.
필수 인프라의 민영화로 물가만 오르고 공공지출도 도리어 늘어나는 역효과가 났으므로 필수 인프라를 중심으로 공공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버넘 대표는 "정치적 지향으로는 우리는 야당과 협력하겠지만, 뚜렷하게 노동당의 방향을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좌파) 녹색당보다 더 녹색당이 되거나, (우익) 영국개혁당보다 더 영국개혁당이 되려고 하진 않을 것이고 과거 그랬듯이 보수당의 옷도 너무 많이 입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걸으며 중도좌파 노동당만의 색을 잃었고 이는 지지율 급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을 되새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버넘 대표는 "오해하지 말라. 그레이터 맨체스터의 친기업 시장이었듯이 친기업적인 노동당 대표가 되겠다"며 '재산업화'를 추진하고 교육의 기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기업 친화적이면서도 지역에 더 많은 권한을 넘겨 지역에 맞는 경제 발전을 추진하게 한다는 '맨체스터리즘'을 설파해온 그는 이날도 "웨스트민스터(중앙 의회)와 화이트홀(중앙 정부)로부터 권력을 되찾아와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돌려주겠다"며 지방 분권 강화를 약속했다.
이날은 총리로서가 아니라 당 대표로 취임하는 자리인 만큼 버넘 대표는 연설에서 세부적인 국정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전반적인 정부의 방향과 노동당의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
버넘 대표는 "누가 톱 팀이 될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내각 구성을 완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각의 실질적인 2인자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재무장관에는 샤바나 마무드 현 내무장관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마무드 장관이 당내 오른쪽에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당내 좌파 진영에서 거부감이 제기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버넘 대표는 "술집에 버넘파가 들어가면 바텐더가 '어서 오세요, 우리는 파벌 정치를 안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버넘 대표가 당내 여러 주류파를 오갔다는 농담인 "술집에 블레어파·브라운파·코빈파가 들어갔더니 바텐더가 '앤디, 뭐 드릴까요?'라고 물었다"는 표현을 비틀어 당파주의의 지양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넘 대표는 "나에겐 계획이 있다"며 "희망을 되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었으나 잦은 정책 철회와 국정 비전 부족, 인사 오판 등을 지적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했고, 2029년 여름 차기 총선에서 실각을 우려한 노동당은 스타머 총리의 사임을 압박하고 버넘을 새 대표로 세웠다. 버넘 대표는 오는 20일 스타머 총리의 뒤를 이어 새 총리로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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