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일자리 퇴직 후 연금 받기까지 '소득 절벽' 13년

입력 2026-07-18 06:11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연금 받기까지 '소득 절벽' 13년

정년 전 평균 52세에 은퇴해도 73세까지 일해야 하는 고령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내 중·고령층이 평생 일해 온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평균 52세에 불과하지만,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73세까지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 약 13년 동안 소득이 끊기는 공백기가 발생하며 고령층 대부분이 퇴직 후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18일 국민연금연구원의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고령층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생애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당시의 평균 연령은 52.9세로 조사됐다. 반면 이들이 장래에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4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를 크게 웃돌았다.

중·고령층의 장래 근로 희망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해 2025년 기준 69.4%에 달했다.

일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었다. 근로 희망 사유를 보면 생활비에 보태기 위함이 54.4%로 절반을 넘었고, 일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응답은 36.1%,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4.0% 순이었다. 이는 현행 연금소득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 준비 없는 퇴직과 비자발적 이탈이 75%

일자리를 그만두는 과정 자체도 정년퇴직보다는 비자발적인 퇴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5년 기준 주된 일자리 퇴직 사유를 분석한 결과, 사업 부진이나 휴폐업 등으로 밀려난 경우가 28.7%로 가장 높았고, 건강 사유가 18.6%, 가족 돌봄이 16.0%를 차지했다.

반면 정년퇴직 비중은 9.8%에 불과했으며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둘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 퇴직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을 포함한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퇴직이 전체의 75.1%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처럼 이른 나이에 준비 없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중·고령층 퇴직자들은 빠르게 재취업을 선택하고 있다.

보고서가 국민노후보장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생존분석을 실시한 결과, 중·고령 퇴직자의 약 80%는 과거 일자리를 그만둔 후 2년안에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퇴직 후 5년이 지난 시점까지 미취업 상태로 남아있는 비율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은 월 단위로 보았을 때 퇴직 직후인 2개월 시점과 12개월 시점에 가장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일자리를 그만둔 지 1년이 지나면 미취업 상태를 벗어날 확률이 크게 낮아지는데 이는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기 미취업이 생산성 저하 신호로 인식되는 낙인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재취업 시장 진입은 빨라졌으나 연령별 격차 뚜렷

재취업 노동시장의 환경은 과거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자리를 그만둔 시점을 2009년 이전과 이후로 나눠 비교해보면 2009년 이후 퇴직자들이 미취업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더 짧은 기간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고령층을 필요로 하는 노동수요의 증가와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는 중·고령층의 공급 확대, 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사업 및 고용서비스 확충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연령대에 따라 일자리의 질은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60대의 경우 취업자와 임금근로자 비중이 꾸준히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 비중과 사회보험 가입률, 실질임금 상승률 등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지표 개선이 관찰됐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실질임금 증가율을 보면 60대가 80%로 가장 크게 상승해 고용 증가가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70대 초고령층은 계약직과 시간제 근로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미흡했다. 70대 진입 이후 근로 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은퇴 과정으로 볼 수도 있으나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고 산업재해 위험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 노출되는 한계가 지속됐다.

◇ 실용적 일자리 매칭 시급

공적연금의 수급 여부와 수준도 재취업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인 노령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는 연금 미가입자나 특수직역연금 대상자보다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려는 선호와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수급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들은 연금액이 높을수록 재취업 확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노령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연구진은 중·고령층의 활발한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노후 안정을 돕기 위해 실용적인 정책 개편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노동시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유인을 높이고 과거 근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매칭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퇴직 직후 1년 이내의 구직자에게는 고용 상담 위주의 저비용 매칭을 지원하고 미취업 기간이 1년을 넘긴 장기 구직자에게는 집중적인 직업 훈련과 고용 보조금을 강화하는 차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