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포커스] 코로나19가 독감 계절 바꿔…"감염 줄자 다음 유행 더 일찍 와"
獨 연구팀 "집단 면역 감소가 원인…심혈관질환 사망 증가 시기도 빨라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으로 독감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이 크게 줄면서 이후 계절성 호흡기 감염 유행 시기가 예년보다 2~3개월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MPIEB) 미하엘 지버 박사팀은 16일 국제학술지 PLOS 세계 공중보건(PLOS Global Public Health)에서 지난 14년간 독일의 주간 호흡기 감염 발생률과 사망률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은 방역조치로 한 차례 계절성 유행이 사라지면서 집단면역 수준이 낮아지고 감염에 취약한 사람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며 독감 백신 접종과 개인 감염 이력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호흡기 감염은 일반적으로 겨울철이 되면 환자가 급증해 늦겨울에 정점을 이루는 대표적인 계절성 질환이지만 매년 유행이 정확히 언제 시작되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비약물적 방역조치로 코로나19뿐 아니라 RSV 같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전파까지 크게 억제돼 계절성 호흡기 질환 유행 시기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는 자연실험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4년간 독일에서 공개된 주간 호흡기 감염 발생 자료와 주간 전체 사망률 자료를 분석하고, 심혈관질환 등 주요 원인별 사망은 월별 자료를 이용해 계절성 변화를 비교했다.
이어 계절성 유행 시기가 왜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염취약자(S)-감염자(I)-회복자(R) 역학모델을 이용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한 차례 계절성 유행이 억제된 상황을 모의실험하고, 이를 실제 역학 자료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팬데믹 이전에는 호흡기 감염이 거의 매년 2~3월 몇 주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했으나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겨울에는 독감과 RSV 유행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유행이 다시 시작된 2021~2022년과 2022~2023년에는 유행 시작과 정점이 예년보다 8~12주(2~3개월) 앞당겨져 12월이나 그 이전에 나타났고, 2023~2024년과 2024~2025년에는 다시 원래 시기로 점차 돌아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역학모델 분석 결과 계절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력의 변화는 해마다 비슷하지만, 실제 유행이 언제 시작되는지는 그 시점에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 시즌 동안 독감 유행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면역을 획득하는 사람이 줄어 다음 겨울에는 감염에 취약한 사람이 평소보다 많아져 바이러스가 계절 초반부터 더 쉽게 퍼지고 유행도 일찍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 팬데믹 이전에는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호흡기 감염 유행과 비슷하게 2~3월에 정점을 이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사망률 정점도 12월이나 1월 초로 함께 앞당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는 호흡기 감염이 심혈관질환 발생을 촉진하는 중요한 위험 요인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절성 호흡기 질환 유행이 2~3개월 빨라지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환자가 몰릴 수 있고 독감 백신 접종 시기도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계절성 감염병 예방 백신 접종은 급성 감염을 예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PLOS Global Public Health, Michael Sieber et al., 'Shifts in seasonal timing of respiratory diseases and causes of death following a natural pandemic event', https://plos.io/4h5JU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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