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 엄격한 요건의 '조력 사망' 허용안 가결
보수 우위 상원 부결 뒤집어…헌법위원회 심사 예정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프랑스에서 말기 질환을 앓는 환자가 의학적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사망' 허용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인 국민의회는 15일(현지시간) '조력 사망 권리에 대한 법률안'을 찬성 291표, 반대 241표로 최종 가결했다.
이는 보수 성향이 우세한 상원의 부결 결정을 뒤집은 결과다.
프랑스 헌법은 양원이 법안 재표결을 거쳐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국민이 직접 선출한 하원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2년 넘게 이어진 입법 논쟁 끝에 의학적 조력 사망 합법화를 눈앞에 두게 됐다.
법안은 성인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 적용 대상은 프랑스인 또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프랑스에 거주 중인 사람으로 제한된다.
신청 요건도 엄격하게 규정했다. 환자는 진행성 또는 말기 단계의 치명적인 불치병을 앓고 있어야 하며, 약물이 듣지 않거나 참을 수 없는 통증을 겪는 동시에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환자가 조력 사망을 신청하면 의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이 15일간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이 승인된 후에도 환자는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 최소 이틀간 숙려 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후 환자는 치사 물질을 직접 투여해야 하며, 신체 기능 마비 등으로 물리적 투여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의사나 간호사의 의료적 개입이 허용된다.
법안 초안 작성에 참여한 브리지트 리조 의원은 이날 표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질병으로 인해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환자들, 스스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 법안은 (환자가) 부당함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2022년 재선에 도전하며 조력 사망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약속은 엄중하면서도 겸손하게,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전적인 존중과 함께 지켜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력 사망 허용 법안은 종교계와 일부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조력 사망 허용 반대 집회에는 약 4천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번 주 초 "조력 사망 허용 법안이 채택될 경우 헌법 부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이를 헌법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종적인 조력 사망 허용 여부는 헌법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법안이 발효될 경우 프랑스는 스위스·벨기에·네덜란드·스페인 등에 이어 의학적 조력 사망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게 된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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