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트럼프 변호인" 말실수…美 법무장관 후보, '예스맨' 혼쭐

입력 2026-07-16 03:18
"난 트럼프 변호인" 말실수…美 법무장관 후보, '예스맨' 혼쭐

상원서 인준청문회…민주 "대통령보다 헌법 사랑하는 법무장관 필요"

공화 일부 의원도 가세…공화서 1명만 이탈해도 법사위 통과 불가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저는 그의 변호인입니다. 아니, 변호인이었습니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15일(현지시간)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말실수를 했다가 곧바로 바로잡은 것이지만 이 답변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블랜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여러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으로 활약했던 측근 중의 측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 수사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파일 대응이 미진하다며 팸 본디를 경질하고 법무장관에 블랜치를 지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4월부터 법무장관 대행을 맡은 블랜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 수사에 속도를 냈고 약 18억 달러 규모의 사법피해자기금을 조성해 지지자들을 지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옹호했다.

2020년 대선 패배가 부정선거 탓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확보에도 앞장서며 법무부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블랜치가 법무장관으로서 당파를 초월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두고 집중 공세를 펼쳤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딕 더빈 의원은 "블랜치는 예스맨"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대통령보다 헌법을 더 사랑하는 법무장관을 가질 자격이 있다. 대통령의 개인적인 불만을 달래거나 은행 계좌를 채워주기보다 미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부패와 싸우는 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 일부도 가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저지로 재선 출마가 막힌 존 코닌 상원의원은 법률가 출신다운 세밀하고 날카로운 질의로 블랜치를 궁지에 몰았다.



블랜치는 사법피해자기금이 폐기됐고 다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엡스틴 사건에 있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행정부보다 투명하게 대처해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언을 겁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조언을 할 것으로 믿고 있고, 조언을 한다는 것이 내가 '예스맨'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 대선에 재출마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성 지지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3선을 금지한 헌법 규정을 우회해 2028년에도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농담조지만 한 번씩 재출마를 언급하고 있다.

법사위는 현재 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으로 구성돼 있어서 블랜치의 인준안이 통과하려면 공화당 의원 전원아 찬성해야 한다. 코닌 의원을 비롯해 공화당에서 한명이라도 이탈하면 법사위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날 청문회에서 법사위 소속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자리엔 추모 꽃다발이 놓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11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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