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日에 첨단무기부품 밀반출망 구축…항공사 직원 위장

입력 2026-07-12 16:14
러시아, 日에 첨단무기부품 밀반출망 구축…항공사 직원 위장

"러 미사일·드론 90%에 일본산 부품"…우크라전 핵심 조달 거점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러시아 정보기관이 일본을 거점으로 첨단 군사용 부품을 조달하는 비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조직은 러시아군 총정찰군(GRU) 산하 비밀 조직인 '제20국'이다.

이들은 일본에 구축한 밀반출망을 통해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민간 첨단 기술 부품을 확보한 뒤 제3국을 거쳐 러시아로 반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방 정보당국은 일본 비밀 네트워크 활동을 총괄하는 요원으로 막심 블라디미로비치 필첸코프를 지목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직원으로 위장한 채 도쿄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러시아로의 군사용 물자의 수출을 금지했다. 그렇지만 러시아 스파이들은 제3국을 거치는 우회망을 통해 첨단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필첸코프는 2024년 2월 일본에 부임한 뒤 일본 물류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스리랑크와 우즈베키스탄 등 아에로플로트가 운항하는 제3국으로 일본 물류업체가 화물을 보내면, 이를 다시 러시아로 우회 수출하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허위 서류를 통해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부품이라는 점을 숨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확보된 일본산 첨단 부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는 미사일과 드론의 90%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측의 추산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4명이 숨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아파트 폭격 현장에서 발견된 러시아의 Kh-101 순항미사일 잔해에선 일본산 부품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4월에만 일본 외무성에 최소 8건의 문서를 보내 일본산 부품이 러시아 무기에서 발견됐다는 증거를 전달했다.

문서에는 회로기판과 반도체, 송신기 등 일본 기업 제품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무기 체계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상 기업들은 모두 일본의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고 있고, 러시아에 직접 제품을 판매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서방 정보당국도 일본 정부에 러시아의 우회 수출망에 대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제공했지만, 일본 당국은 필첸코프를 상대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정보기관의 권한이 약해 '스파이 천국'으로 불려 왔다.

이에 따라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방첩과 정보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자민당 소속인 시오자키 아키히사 중의원은 "현재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정보 분야의 낡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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