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사례처럼…하이닉스 ADR, '역김치 프리미엄' 형성되나
ADR 공모가, 본주보다 약 3% 높아…본주↔ADR 전환 가능여부 주목
"본주→美ADR 전환, 기발행 물량 내에서 신고 없이 가능"
UBS 등 일부 외국계는 "ADR 매수하고 韓상장주는 공매도" 주장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SK하이닉스[000660]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관련, ADR의 이른바 '역(逆)김치 프리미엄' 형성 가능성과 이 경우 국내 상장 본주(보통주)에도 긍정적 영향 여부가 주목된다.
관건은 본주에서 ADR로의 전환을 통한 차익거래가 탄력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다. 상대적으로 싼 본주를 사서 ADR로 전환하려는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10일 ADR 기업공개(IPO) 공모가가 주당 149달러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미국예탁주식(ADS) 1주가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는 전날 SK하이닉스 종가(218만6천원·약 1천445달러)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ADR은 예탁증권이고 ADS는 이와 연계된 실제 주식이다.
ADR 상장후 주가 흐름을 봐야겠지만 이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공모가에서부터 '역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된 배경으로는 높은 관심에 비해 공급이 제한적이란 점이 꼽힌다.
실제,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는 지난 8일 현지 주관사들이 청약 접수를 마감한 시점에서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1천715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거래 유동성을 높일 목적으로 국내 보통주 대비 10대 1 교환비율로 발행, ADS 한 주의 가격을 본주 대비 크게 낮춘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에 상장된 외국기업 ADR이 본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사례는 과거에도 드물지 않게 관찰돼 왔다.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대표적이다. TSMC ADS는 현재 본주보다 16% 가까이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동일한 상품에 서로 다른 가격이 붙는 이런 '1물 2가'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주에서 ADS로의 전환 여력이 제한돼 있어서인 측면이 크다고 한다.
값싼 본주를 사서 ADS로 전환한 뒤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면 가격 격차가 유지될 수 없지만,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을 우려해 강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역시 본주에서 ADS로의 전환이 자유롭게 이뤄지긴 어려운 실정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F-1)에서 "ADS를 (한국) 보통주로 바꾼다면, 보통주를 예탁해 ADS로 다시 바꿀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기재했다.
예탁계약에 따라 보통주와 ADS를 상호 전환할 수는 있지만 "ADS로 표시되는 당사 보통주의 총수가 특정 최대치를 넘어설 경우, 예탁기관은 당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원주에서 ADR로의 전환은 관계당국 신고가 필요하나, 실무상 '기발행' 될 물량 범위 안에서 별도 신고 절차 없이 전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SK하이닉스 ADS를 본주로 전환해야만 그만큼의 물량을 본주에서 ADS로 전환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로 풀이되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ADS 가격이 본주보다 비쌀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본주 전환시 피해가 불가피할 터여서다.
다만 증권가에선 ADS와 본주의 가격격차가 고착화한 TSMC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지속적으로 ADS 물량 공급을 확대하며 가격 격차를 줄여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SK하이닉스가 SEC에 제출한 예탁증서 관련 서류(F-6)상 ADR 등록 물량은 17억8천만주로 이번 공모 물량의 약 10배에 달한다. 추가적인 전환여력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ADS 주가가 먼저 상승한 뒤 시간을 두고 국내시장에 상장된 본주가 따라 오르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한국 본주는 주가가 눌리고 ADS만 상승하면서 괴리율이 커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외국계 기관에서 나스닥에 상장될 SK하이닉스 ADS를 매수하고 한국 상장주식은 매도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예컨대 투자은행 UBS 그룹은 지난 7일 고객 노트를 통해 "첫날부터 예탁증서를 매수하고 국내(한국) 라인을 공매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UBS는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국내 상장에서 미국 2차 ADR 상장으로 향후 전환할 때 허용되는 외국인 보유 한도 여유분에 주목할 것"이라며 "이런 한도 탄력성이 없다면 접근성 부족으로 미국 라인이 뚜렷하고 지속적인 프리미엄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전체 발행주식의 2.5%에 해당하는 ADS 1억7천790만주를 이날 나스닥에 상장한다.
미 동부시간으로 10일 'SKHYV'라는 종목 코드로 조건부 거래가 시작되며 오는 13일부터는 'SKHY'로 정규 거래가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모를 통해 총 265억700만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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