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확정된 프랑스 대선…지지율 1위 르펜 때리기(종합)
르펜, 유죄 판결에도 출마 선언…본격 대선 행보
경쟁 진영, "국민 신뢰 훼손" 일제히 공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4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내년 프랑스 대선 레이스를 뛸 선수진이 확정됐다.
사법 리스크에도 출마가 가능해진 르펜 의원이 본격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다른 정치 진영의 '르펜 때리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르펜 의원은 7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자금 유용 사건의 항소심에서 유죄를 인정받고도 피선거권 박탈 기간에 유예가 선고되자 곧바로 대선 출마를 결정했다. 형량에 따르면 그는 1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외출 시엔 사법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하면서 이 역시 대법 판결 전까지 적용받지 않게 됐다.
파리 고등법원 검사장 마리수잔 르케오는 8일 TF1 방송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인 이상, 나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마린 르펜은 전자발찌 없이 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르케오 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의 판결이 대선 전에 내려진다면 르펜 의원은 선거 운동 막바지에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할 수 있다. 만약 르펜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법 판결이 나오면 해당 판결은 대통령 면책 특권에 따라 임기 종료 후 집행된다.
르펜 의원은 전날 저녁 출마 선언 직후 선거 캠페인 사이트를 개설해 지지자 결집에 나섰다.
르펜 의원이 RN 후보로 나서게 되면서 내년 치러질 프랑스 대선의 주요 정당 후보가 결정됐다.
범여권 및 중도 진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뒤를 이어 중도 진영의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전직 총리들이 가장 먼저 깃발을 들었다.
정당 오리종의 대표이자 르아브르 시장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가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당 대표인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도 지난 5월 레이스에 공식 뛰어들며 필리프 전 총리와 중도 후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통 보수 우파 진영에선 공화당(LR)의 브뤼노 르타이오 대표가 당원 투표를 통해 공식 대선 주자로 추대됐다. 그 외에도 여러 명의 우파 인사가 대권 도전에 나섰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왼쪽에선 사실상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독주하고 있다. 녹색당이나 사회당, 공산당 등 다른 좌파 세력들은 이에 반발하며 별도의 경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지율·인지도 측면에서 멜랑숑 대표를 뛰어넘을 인물은 없는 실정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가상 대결에서는 RN의 르펜 의원이 1차 투표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걸로 나온다.
르펜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에 나서자 경쟁 진영에선 일제히 르펜 사격에 나섰다.
필리프 전 총리는 전날 프랑스2 방송에서 르펜 의원이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프랑스 국민에게 이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탈 전 총리도 8일 라디오 프랑스앵테르에서 "공화국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에게 법이 준수된다는 걸 보장해 줄 인물이 돼야 하지 않느냐"며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종류의 행동이 대중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오스만 나스루 사무총장도 전날 AFP 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출마를 결정한 것은 프랑스 국민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르펜 의원이 "민주주의를 인질로 삼고 제도적 기반을 약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극좌 LFI의 마누엘 봉파르 의원 역시 프랑스앵테르에서 르펜 의원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는 극히 중대한 처벌"이라며 르펜 의원의 도덕적 결함을 강조했고, 보리스 발로 사회당 원내대표도 TF1 방송에서 "이 나라는 이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르펜 의원의 대선 출마에 유감을 표했다.
8일 현장 방문으로 본격 선거 운동에 나선 르펜 의원은 이런 정치권 반응에 "나는 출마 자격이 있다"며 비판 여론에 맞섰다.
한때 RN의 '플랜 B'로 고려된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르펜 의원의 출마 결정에 "안도한 것도 아니고 실망한 것도 아니다"라며 "르펜이 우리 당의 기치를 들고 출마할 수 있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날 성명에서 르펜 의원이 제기한 상고에 대해 "늦어도 내년 4월 초까지"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일정은 절차적 요인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대선은 내년 4월 18일 1차 투표, 5월 2일 2차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에 진출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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