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극우 대권주자 르펜 2심서 감형…대선 출마 길은 열려(종합)
항소심, 1심보다 형량 줄이고 피선거권 박탈 기간도 대폭 축소
전자발찌 착용 상태로 1년 가택 구금…실제 출마 여부는 본인 선택
좌파 진영 "르펜, 자발적으로 출마 포기해야"…마크롱 "논평 안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극우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이 7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자금 유용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보다 형량이 가벼워지고 피선거권 박탈 기간도 줄어 원칙적으로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다만 1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해 실제 출마 여부는 르펜 의원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파리고등법원은 이날 오후 르펜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그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0만유로(약 1억7천만원), 피선거권 박탈 45개월을 선고했다.
징역형 가운데 2년은 집행유예, 1년은 전자발찌 착용 상태의 가택 구금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항소심은 피선거권 박탈 기간 중에선 30개월을 유예했고, 남은 15개월은 지난해 3월 31일 1심 선고 이후 이미 기간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 제약이 사라져 르펜 의원으로선 합법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르펜 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RN 관계자들은 2004∼2016년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보좌진을 채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받아낸 뒤 실제로는 당에서 일한 보좌진 급여 지급 등에 쓴 혐의(공금 횡령·사기 공모)로 기소됐다.
지난해 3월 1심 법원은 르펜 의원이 유용한 자금을 47만4천유로(약 7억원)로 인정하고 그에게 징역 4년(전자팔찌 착용 상태로 2년간 가택 구금 실형)에 벌금 10만유로,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의 즉시 집행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 사건이 11년 넘게 이어진 데다 유용한 자금 규모도 막대하고 공직자의 청렴성을 훼손했다며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으로 유럽 기관들의 명예가 실추됐고 다른 정당들과의 평등 원칙도 위반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르펜 의원이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1심보다 감형했다.
파리고등법원은 이후 성명에서 피선거권 박탈 기간에 대해 "입후보의 자유"와 "유권자의 선택의 자유"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피선거권 박탈 형량을 정할 때는 피선거권에 대한 제한이 과도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피선거권에는 후보자가 출마할 자유뿐 아니라 민주주의 선거에서 유권자가 자유롭게 후보를 선택할 권리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즉 처벌이 지나쳐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앞서 1심 재판 이후 RN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에서는 사법부가 피선거권 박탈의 즉시 집행을 선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대선 후보 선택 기회를 박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르펜 의원은 선고 뒤 별다른 언급 없이 법정을 떠나 당사로 이동해 간부들과 내년 대선 출마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펜 의원은 이날 저녁 8시 TF1 방송에 출연해 이번 선고에 대한 입장과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르펜 의원은 그간 1심보다 형량이 완화하더라도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며 이 경우에도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르펜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된다.
좌파 진영에선 르펜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대선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일제히 압박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유죄 판결과 행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1심보다 가벼워 이론적으로 그는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도덕성이라도 있다면 그는 자발적으로 대선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보리스 발로 사회당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그는 범죄자다. 범죄자인 사람이 유권자들 앞에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그 스스로 던져야 할 차례"라고 꼬집었다.
파비앵 루셀 공산당 대표 역시 "형량이 어떻게 되든 이 정도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프랑스 국민 앞에 후보로 나설 수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두 차례 르펜 의원과 대선에서 맞대결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있어 건전한 것은 대통령이 사법부 결정에 논평하지 않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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