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트럼프 대면 앞두고 앞다퉈 "국방비 증액" 답안지 발표
지난해 '2035년까지 GDP 5%' 합의…튀르키예 정상회의 최대 현안
유럽 주요국 이어 '약한 고리' 캐나다도 증액…佛·伊 등 일부는 재정난 악재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면을 앞두고 앞다퉈 국방비 증액을 발표하며 정상회의에서 최대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무임승차' 논란에 대비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내각은 6일(현지시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내용이 포함된 내년 정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연정은 이날 2027년 총지출을 5천554억 유로(974조3천억 원)로 잡은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특히 러시아의 위협과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투자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핵심 국방예산은 올해 822억 유로(약 144조2천억 원)에서 내년 1천90억 유로(191조2천억 원) 안팎으로 32.6% 증가한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기타 안보 지출을 포함하면 내년 국방·안보 관련 지출은 1천301억 유로(228조2천억 원)에 이른다.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은 "유럽의 평화가 푸틴의 제국주의적 망상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오랫동안 없었던 일"이라며 "균형예산으로는 푸틴에 맞서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이번 예산안은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증액 노력을 대외적으로 부각하는 맥락에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을 받은 나토 회원국들은 작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안보 관련 분야에 지출하겠다고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무기와 병력 등 핵심 국방 분야에 GDP의 3.5%를 쓰고, 최대 1.5%는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민간 대비·복원력 강화, 방위산업 기반 확충 등 방위·안보 관련 투자에 쓰기로 했다.
나토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아온 캐나다도 국방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잠수함 12척을 건조하고 30년간 유지·보수·운영하는 비용을 합해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으로서는 도전에 나섰던 한화오션이 민관 총력전에도 고배를 마신 것이라 아쉬움이 크지만, 외신은 캐나다의 재무장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조달 사업"이라며 "오랫동안 국방비 부족으로 미국과 다른 나토 회원국들의 비판을 받아온 캐나다의 기조 변화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안보 갈등 속에서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총리에 취임한 카니 총리는 국방비를 50여 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전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정책과 대비된다. 트뤼도 전 총리는 나토의 국방비 목표를 "단순한 숫자 계산"이라고 평가하며 2032년까지도 목표를 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현재 캐나다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려 기존 나토 목표를 달성했으며,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과 안보에 투입한다는 새 목표도 수용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도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지난해 이미 GDP의 4.3%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처럼 독일과 캐나다, 동유럽 국가들은 재정 여력을 확보하며 국방비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진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방비 증액 속도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적 갈등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국방투자계획(DIP)을 보면 영국은 150억 파운드(30조6천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기는 했으나, GDP 대비 방위비 비중은 2027년 2.6%에서 2030년 2.7%로 매우 완만하게 상승하며 'GDP 3.5%' 달성을 위한 3%대 진입은 2030년대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여기에 스타머 총리의 사임 이후 후임으로 유력한 앤디 버넘 하원의원으로 권력 이양기가 맞물리면서 영국 내부에서도 국방 예산을 둘러싼 파열음이 일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나토 회의에서 올해 안보 지출을 GDP의 2.8%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힐 예정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군사비 증액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 주로 국방보다는 국내 치안 예산을 늘리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프랑스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로존 재정 적자 기준을 맞추는 동시에 방위비를 2030년까지 2.5%로 늘려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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