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미르'마저 중국 품으로…K게임 주도권 흔들린다

입력 2026-07-04 11:00
[게임위드인] '미르'마저 중국 품으로…K게임 주도권 흔들린다

차이나머니, 지분 넘어 IP·유통까지 영향력 확대

텐센트 주요 게임사 2대 주주…중국 추격에 위기감 고조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한국 게임 한류의 원조로 꼽히는 '미르' 지식재산(IP)을 보유한 토종 게임기업 위메이드가 중국계 자본에 매각되면서 중국 게임업계의 한국 시장 영향력 확대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때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추격자'였던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과 커진 개발 역량을 앞세워 국내 주요 게임사의 지분 확보와 인기 게임 유통망 장악에 나서며 K게임 생태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번 위메이드 매각이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산업 영향력 확대와 토종 IP 주도권 약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 1세대 한류 게임 '미르'도 중국 품으로…IP 주도권 변화

26년 업력의 토종 게임기업 위메이드는 지난달 30일 창업자 박관호 의장이 보유한 지분 39.33%를 9천200억원에 주식회사 네오펄스에 매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오펄스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중국계 투자 플랫폼 기업으로, 중국 알리바바 그룹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진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 진출에 따른 손실 누적과 이로 인한 박관호 의장의 주식담보대출 계약 만기 도래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장은 매각 사실이 공시된 후 사내 메시지를 통해 "위메이드는 자식 같은 회사"라며 "위메이드가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 매각으로 1세대 한국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 시리즈는 모두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

위메이드는 2000년 설립된 게임사로, 2001년 선보인 대표작인 '미르의 전설2'가 중국 시장에서 한때 '국민 게임' 반열에 오르며 최초의 게임 한류를 이끌었다.

앞서 위메이드와 '미르' 시리즈 IP를 공동 보유하고 있던 국내 게임기업 액토즈소프트 역시 중국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에 매각된 바 있다.



◇ 지분 투자 넘어 유통망까지…커지는 중국 게임 생태계 영향력

중국 최대 게임·IT 기업 텐센트는 국내 게임업계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보해왔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업계 시가총액 1위인 크래프톤의 2대 주주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4.01%를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IMAGE FRAME INVESTMENT (HK) LIMITED)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15.05%)과의 지분율은 약 1%포인트 차이다.

텐센트는 넷마블[251270] 2대 주주기도 하다.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 PTE. LTD.) 명의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넷마블 지분 18.37%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게임즈 관계자도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넷마블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시장까지 포함한 글로벌 시장 유통을 중국 게임사가 맡기도 한다.

2024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시프트업은 텐센트가 싱가포르 자회사 에이스빌을 통해 2대 주주로 올라가 있다.

텐센트는 시프트업의 대표작인 '승리의 여신: 니케'의 퍼블리셔로, 자체 브랜드인 레벨인피니트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을 공동 개발했고, 중국 시장을 비롯해 한국·일본·인도 등을 제외한 글로벌 버전 서비스 판권까지 갖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산 게임을 판호(版號) 발급을 통해 허가제로 통제하고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심의를 거친 자국산 게임에 '내자판호'를, 해외 게임에 '외자판호'를 발급한다. 해외 기업의 중국 시장 내 게임 유통도 자국 기업을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 유통사와의 협업이 필수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과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이어온 텐센트를 비롯해 넷이즈, 요스타, XD 등 중국계 대형 퍼블리셔들은 한국산 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 추격자에서 경쟁자로 성장한 중국 게임…K게임 재도약 과제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이 둔화한 데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산업의 자국 내 매출은 전년 대비 7.7% 상승하며 매년 우상향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산 게임의 해외 수출도 6년 연속 1천억 위안(약 21조원) 이상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게임산업은 2023년 수출액이 6.5% 감소하며 25년만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체 국민의 게임 이용률 역시 지난해 기준 50.2%를 기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치로 나타났다.

중국 게임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지난 6월 월간 매출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위 게임 중 1위를 차지한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을 비롯해 10개 중 5개가 중국 게임업체가 배급하는 게임이다.

국내 게임업계의 성장 정체는 불안정한 국제 경기와 겹쳐 투자 감소로도 이어졌다.

게임업체가 게임 제작에 쓰는 비용에 대해 영상·웹툰 산업과 같은 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국회 때부터 나왔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그간 '카피캣' 게임만 만들던 중국 게임업체들은 압도적인 자금 동원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자체 IP로 대작 게임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대형 게임쇼에서도 중국 게임업체들은 서구권 대형 게임업체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곤 한다.

정무식 가천대 게임·영상학과 교수는 "한국 게임업계의 개발 역량과 인프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전세계적으로 게임업계 경쟁 심화와 마케팅 비용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신작이 살아남기 힘들어지면서 기존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참신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성장해 게임산업의 새로운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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