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압박받는 아르메니아에 '우크라급' 경제지원

입력 2026-07-02 23:32
EU, 러 압박받는 아르메니아에 '우크라급' 경제지원

러시아 수입제한에 유럽 시장 대폭 개방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친서방 행보로 러시아의 압박을 받는 아르메니아에 시장을 대폭 개방하겠다고 약속하며 우크라이나에 맞먹는 경제 지원에 나섰다.

EU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을 방문해 아르메니아 수출품의 약 80%에 무역 장벽을 없애는 자율무역조치(ATM)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U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경제난을 겪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품 관세와 할당량을 면제하는 ATM을 도입한 바 있다.

EU는 러시아에 수출하는 아르메니아 과일과 채소의 거의 99%, 음료와 주류는 91% 넘게 이번 조치가 적용된다며 이달 아르메니아에 전문가를 보내 수출업체 등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장개방 조치를 시행하려면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르메니아는 2023년 나고르노-카라바흐(아르메니아명 아르차흐) 지역을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벌인 영토 분쟁에서 중립을 표방하며 자국을 돕지 않은 러시아와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러시아가 주도하는 지역 군사·안보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옛 소련 구성국 경제공동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서 멀어지며 EU 가입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는 압박과 회유를 병행하며 아르메니아를 영향권에 묶어두려 애쓰고 있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산 꽃·생수·와인·브랜드 등 수입을 중단하고, EAEU를 탈퇴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싸게 공급받지 못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몇 세기 동안 이웃이자 형제 나라"라며 역사적 유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EU는 러시아가 수입을 제한한 꽃 등을 대신 수입해주는가 하면 지난달 초 5천200만 유로(약 918억원)의 아르메니아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2주 만에 3천400만 유로(약 600억원)를 지급했고 나머지 1천800만 유로(약 318억원)도 곧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지난달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며 친서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파시냔 총리에게 "최근 선거는 아르메니아 민주주의의 강인함을 보여줬다. 아르메니아 국민은 개혁, EU와 긴밀한 협력을 택했다"며 "어느 나라도 주권적 선택을 이유로 압박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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