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강진]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휘발유 없어 지진 구조 차질

입력 2026-07-02 09:26
[베네수 강진]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휘발유 없어 지진 구조 차질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서 휘발유 부족으로 지진 구조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진 피해가 심한 베네수엘라 북부 라과이라의 구조현장에 배치된 정부 소유 굴착기가 연료 부족 탓에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굴착기 운전자는 CNN 취재진에게 "넣을 휘발유가 없다"고 말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기 위해선 굴착기와 은 중장비가 필수적이지만, 연료가 없기 때문에 구조대원들과 주민들은 곡괭이와 삽, 맨손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구조 현장의 장비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가족을 찾기 위해 귀국한 엔지니어 하셀 멘도사는 "철근을 절단할 장비가 없어 적절한 도구를 찾는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지 경찰은 지진 피해 현장에서 귀중품을 빼돌린 혐의로 구조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 4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구조현장의 이 같은 혼란은 국가 기능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정치평론가 카르멘 베아트리스 페르난데스는 "이번 참사는 국가가 억압과 선전에만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20여년간 계속된 포퓰리즘과 정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부터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까지 20여년간 '차비스모'로 불리는 포퓰리즘 정책이 이어졌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정치적 지지 기반 강화를 위해 막대한 석유 수입을 공공주택과 의료 등 복지사업에 투입했다.

2013년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 후 권력을 승계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도 같은 통치 방식을 유지했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갈수록 악화됐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75% 감소했고, 국민 4명 중 1명이 외국으로 탈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지진 대응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 불만이 표출되는 분위기다.

최근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한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분노한 주민들로부터 "꺼져라"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초기 혼란에도 불구하고 지진 대응이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하는 새로운 체계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도 국민에게 정부를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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