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자 나가라" 남아공 곳곳 시위…900여명 체포
큰 충돌 피했지만 "매주 시위" 예고…갈등 재점화 우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反)이민단체들이 '불법 이민자 출국 최후통첩'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남아공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900여명이 체포됐다.
경찰이 대규모로 배치돼 폭동으로 번지는 상황은 일단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반이민단체는 매주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1일 뉴스24 등 현지 언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와 동부 항구도시 더반 등 남아공 곳곳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을 주장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테벨로 모시킬리 남아공 경찰청 차장은 1일 브리핑에서 전날 전국 120곳에서 시위가 열렸으며 이 가운데 108곳에서는 시위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됐지만 12곳에서는 소요 움직임이 있어 경찰이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시위에 대비해 전국적으로 수만 명의 경찰이 배치됐으며, 민간 경비 인력과 일부 군인도 동원됐다.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와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주에서만 국가경찰 1만3천여명과 시 경찰 1만여명, 교통단속요원 8천여명, 민간 경비 인력 21만7천여명이 동원됐다고 하우텡주 경찰청장은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시위 대응 및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900명 이상 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체포된 인원은 폭력 행위와 강도, 폭력 선동 등 혐의를 받은 이들뿐 아니라 이민법을 위반한 불법체류자와 이들을 숨겨준 혐의를 받은 이들도 포함한 것이라고 모시킬리 차장은 설명했다.
이들 중 몇몇은 자신들에게 불법체류자 단속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며 외국인 거주지로 보이는 주택에 무단으로 들어가 '이 나라를 떠나라'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다고 모시킬리 차장은 전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시위대를 향한 총격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으며, 더반에서는 상점 약탈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시킬리 차장은 그럼에도 대다수 시위가 평화롭고 질서 있게 진행됐다며 시위 지휘부에 감사를 전했다.
음마몰로코 쿠바이 법무장관도 시위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쿠바이 장관은 다만 이번 시위에서 폭력이나 범죄 행위에 가담한 사람은 끝까지 추적해 체포·기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스24는 "남아공이 큰 숨을 내쉬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시위가 과거에 종종 벌어졌던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논평했다.
이번 시위는 '마치 앤드 마치'(행진과 행진) 등 불법 이민 반대 단체들이 지난달 30일까지 불법체류자들이 모두 남아공을 떠나야 한다고 자체 시한을 설정한 뒤 열렸다.
시위 주최 측은 불법체류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아들이면서 남아공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마약·범죄 등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타 응고베세-주마 '마치 앤드 마치' 대표는 더반 집회에서 "우리는 대규모 추방을 원한다. 앞으로 6개월 안에 정부가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길 바란다"며 11월 지방선거까지 매주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앞서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를 약속하면서도 이민법 집행은 국가의 고유 권한이라며 시위대의 '자경단식' 실력 행사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시위 지휘부를 만나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시위를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남아공에서는 1990년대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정권의 흑인 분리·차별 정책) 종식 이후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입된 외국인을 겨냥한 혐오 폭력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2008년 반이민 폭동으로 62명이 숨지고 5만명 이상이 집을 떠났으며, 2015년과 2019년에도 유사한 폭력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최근 반이민 정서가 다시 고조되면서 지난 몇 주 사이 모잠비크인 2명, 에티오피아인 1명, 말라위인 1명 등이 반이민 폭력과 관련해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이지리아, 말라위, 모잠비크, 우간다 등은 안전을 우려해 남아공 내 자국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남아공을 떠났거나 출국을 기다리는 외국인은 2만5천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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