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오메가(Ω) 열돔' 동쪽으로…독일 41.3도(종합)

입력 2026-06-27 02:42
유럽 '오메가(Ω) 열돔' 동쪽으로…독일 41.3도(종합)

연중 최고기온 경신…스위스도 이틀 연속 40도 육박

폭염에 열차 고장 잇따라…벨기에서 유로스타 2편 운행 차질

워털루 전투 재연·성소수자 행진 등 야외행사 줄취소



(브뤼셀·런던·베를린=연합뉴스) 현윤경 김지연 김계연 특파원 = 프랑스 등 서유럽을 강타한 폭염이 중부 유럽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독일은 26일(현지시간) 서부 지역 수은주가 40도를 넘으며 연중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럽 곳곳에서 야외 행사가 취소되고 인명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 영국·프랑스서 독일·스위스로 번져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프랑스와 국경 근처 자르브뤼켄의 기온이 41.3도를 찍었다. 이는 2019년 7월25일 뒤스부르크·퇴니스포르스트에서 관측된 연중 최고기온 기록 41.2도를 넘어선 것이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6월 기온이 40도를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기존 6월 기록은 2019년 6월30일 베른부르크에서 관측된 39.6도였다.

독일은 이날 바트크로이츠나흐(40.7도), 트리어(40.1도) 등 서부 지역 곳곳에서 기온이 40도를 돌파하는 등 모두 147개 관측소에서 6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독일 기상청은 유럽 열파가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오는 28일에는 동부 일부 지역 기온이 42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고기압 중심이 천천히 동유럽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습하고 몹시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독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기상당국은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고 양옆에서 저기압이 가로막는 모양이 그리스 문자 Ω(오메가)와 비슷하다고 해서 오메가 열돔이라고 부른다.



스위스도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곳곳에서 6월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프랑스·독일과 국경을 맞댄 바젤의 기온이 이날 38.8도까지 올랐다. 동부 알프스 인근 마을 부흐스도 기온이 37.8도까지 올라 6월 기록을 경신했다. 수도 베른은 36.0도로 이틀 연속 6월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주말 독일 각지에서 예정됐던 마라톤 대회와 아마추어 축구 경기, 성소수자 축제가 대부분 취소됐다. 독일 동서를 가로지르는 2번 고속도로는 이미 열기에 노면이 갈라져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튀링겐주 정부는 제설차를 투입해 도로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있다.

스위스 베츠나우 원자력발전소는 이날 원자로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냉각수를 끌어다 쓰는 아레강 수온이 25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원전 측은 냉각수를 다시 방류하면 수온이 더 올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생태계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서유럽 폭염 계속…평소 선선한 네덜란드도 적색경보

서유럽에서도 폭염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오렌지 경보가 내려진 벨기에의 이날 기온은 섭씨 35.3도로 치솟아 지난 24일부터 사흘 연속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영국도 이날 일부 지역 기온이 37.3도까지 올라 사흘 연속으로 역대 6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벨기에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열차 고장이 잇따르며 서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유로스타 열차 2대의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독일 쾰른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던 유로스타 열차가 오전에 기술적 문제로 루벤 근처에서 멈춰 서며 승객 400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어 오후에는 파리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유로스타 열차가 전력 공급 문제로 안트베르펜 인근에서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

벨기에에서는 또한 매년 열리는 워털루 전투 재연 행사가 불발됐고, 네덜란드에서는 유서 깊은 테크노 음악 축제가 취소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워털루 전투 재연 조직위원회는 "안전을 위해 올해 행사를 취소한다"면서 "대중과 참가자, 자원봉사자, 구급 요원들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브뤼셀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 워털루에서는 1815년 6월18일 영국 지휘관 웰링턴 공작이 이끄는 유럽 연합군이 치열한 전투 끝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끌던 프랑스군에 결정적인 패배를 안겼다. 해마다 6월 마지막 주말 워털루에서는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참가자 수백명이 나폴레옹 시대 의상을 갖춰 입은 채 당시 전투를 되살려내 전 세계 역사 애호가들을 사로잡아왔다.

네덜란드 중부 비딩하위젠에서 25일부터 나흘간 열릴 예정이던 데프콘 테크노음악 축제도 열리지 못하게 됐다. 네덜란드는 위도가 높아 여름철에 비교적 선선한 편이지만 며칠 동안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네덜란드 기상청은 25일 이례적으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인 성소수자 행진 '파리 프라이드'가 파리 경찰의 행사 금지 방침에 따라 취소됐다.

프랑스 일부 도시의 기온이 40도 넘게 치솟은 가운데 파리의 병원들도 온열 질환 관련 응급 환자 급증에 대응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주요 관광 명소도 잇달아 문을 닫았다. 런던 타워브리지는 방문객과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26일까지 문을 닫는다고 밝혔으며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과 영국 박물관은 일부 전시실을 폐쇄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독일 연방의회는 관광명소인 옥상 유리돔을 주말 동안 닫기로 했다.

열차 지연도 이어지고 있으며, 영국 더비셔와 그레이터 맨체스터 등지에는 산불이 번져 소방관들이 진화에 애쓰고 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영국엔 폭염에 폭풍과 홍수 예보도 겹쳤다. 잉글랜드 북부와 북아일랜드에선 이날 저녁까지, 스코틀랜드에선 27일 새벽까지 폭풍 황색 경보가 발령됐다. 이날 새벽엔 글래스턴베리에 있는 양로원이 낙뢰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 프랑스 55명 익사…차 안에 방치된 아이 4명 사망

인명피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마리나 페라리 스포츠장관은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전날 저녁까지 모두 55명이 익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더위를 피하려고 강이나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독일 베를린 크루메랑케 호수에서는 전날 17세 청소년이 숨졌다. 영국에서도 잉글랜드 중부의 호수에 입수했던 한 10대 소년이 사망했다. 런던 구조당국은 긴급 구조 요청 전화가 평소보다 50% 늘어났다고 밝혔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는 지난 23일 폭염으로 뜨거워진 차 안에 방치돼 열사병에 걸린 18개월 영아가 병원 치료 끝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시 마르세유 기온은 33도까지 올랐다. 앞서 지난 22일 프랑스 남부에서 2세와 4세 어린이가, 24일 파리에서 3세 남아가 차량 안에서 숨졌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는 지난 21일 이후 폭염과 관련한 사망자가 327명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23일 북부 칸타브리아의 기온이 43.7도까지 올라 폭염이 정점을 찍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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