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년만의 최악 강진 덮친 베네수엘라…사망 164명으로 급증(종합)
최대 규모 7.5 연쇄 지진에 라과이라주 등 전역서 건물 붕괴
현재까지 부상 971명…USGS "1만명 이상 사망 가능성"
정부 비상사태 선포·구조 총력…미·중남미·유럽 지원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신재우 기자 = 베네수엘라를 덮친 연쇄 강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164명이 숨지고 971명이 다친 것으로 25일(현지시간) 집계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께 발생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이같이 잠정 발표했다.
이는 전날 집계된 사망자 32명, 부상자 700명에서 하루 만에 크게 증가한 수치다.
최대 규모 7.5의 강력한 연쇄 지진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 지역을 잇달아 강타하면서 건물 붕괴와 기반 시설 피해가 잇따라 인명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구조 활동을 본격화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 1900년 이후 베네수엘라 최대 강진…사망자 늘어날 듯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4분께 베네수엘라 북부의 카리브해 연안 마을 모론 서부 지역에서 규모 7.2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부터 불과 39초 후 첫 번째 진앙에서 남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5 지진이 이어졌다.
진앙지는 카라카스에서 동쪽으로 약 160㎞ 떨어진 지점에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강진은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규모 7.7 지진이 발생한 1900년 10월 29일 이후 베네수엘라 본토나 인근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 중 최대 규모다.
카라카스를 뒤흔들었던 1900년 지진 당시 건물 약 300채가 무너지면서 21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다친 것으로 USGS 보고서에 기록됐다.
USGS는 126년 전 강진보다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가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GS는 예측 모델을 활용해 사망자가 1만명∼10만명일 확률을 40%, 1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을 14%로 각각 추정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이날 새벽 기준 사망자는 164명, 부상자는 97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지만, 구조대가 붕괴한 건물에 대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부 장관은 "치안 및 민간 지원 측면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수습하고 있다"며 "소방대와 경찰이 모두 소집됐다"고 전했다.
◇ '최대 피해' 라과이라주서 건물 수십채 붕괴…구조 총력
이번 지진의 진동은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감지됐다. 미 CNN 방송은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현장 영상들이 촬영된 위치를 확인한 결과, 베네수엘라 전역의 건물과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파괴됐다고 전했다.
특히 진앙지 동쪽이자 카라카스 북쪽에 있는 라과이라주(州)에서는 건물 수십 채가 붕괴하는 등 피해가 가장 컸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라과이라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라과이라주의 해안 도시 마쿠토에서는 해안가의 대형 호텔 '에두아르 호텔'이 거의 완전히 무너졌다. CNN이 확인한 영상에서는 호텔 입구만 유일하게 형태를 유지했다.
카라카스로 통하는 관문으로 라과이라주 마이케티아에 있는 베네수엘라 최대 공항인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도 지진으로 파손됐다.
윌머 아수아헤 전 베네수엘라 의원은 거대한 지진이 공항을 흔들 당시의 공포와 파괴 현장을 영상으로 찍어 공개했다.
영상에는 사람들이 대피하려고 뛰는 모습과 함께 파손된 현장, 먼지와 잔해로 뒤덮인 공항 내부 곳곳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인구 밀집 지역인 카라카스에서도 건물이 크게 흔들리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카라카스 차카오 지역에서는 500명 이상의 응급 구조대원들이 붕괴하고 파손된 건물에서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구스타보 두케 차카오 구청장은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현장 영상을 통해 "현재까지 최소 18명이 살아있는 상태로 구조됐다"며 "최소 두 채의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전했다.
이날 지진으로 인접국인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해 미국령 및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도 한때 쓰나미 위협 경보가 발령됐다가 약 1시간 만에 해제됐다.
◇ 국제사회 지원 잇따라…트럼프 "기꺼이 도울 준비"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긴급 구조팀을 급파했고, 중남미 각국도 군 병력과 가용 자원을 동원해 긴급 구호 지원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기꺼이 베네수엘라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정부 기관에 신속히 움직일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새롭고 위대한 친구들을 위해 함께할 것이다. 초기 보고는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의 제레미 르윈 대외원조 차관은 국무부가 베네수엘라 지원을 위한 재난 지원팀 및 태스크포스(TF)를 이미 가동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연재해 직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초기 며칠간 수색 구조팀 및 의료 물품, 기타 인도적 지원 물품을 베네수엘라로 보낼 것"이라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멕시코, 파나마 등 베네수엘라 인근 중남미 국가들도 잇달아 연대 의사를 밝히며 대응에 나섰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지진 구조 작업을 돕기 위해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멕시코, 카타르 등의 구조팀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브라질, 카리브해 국가들도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함께 이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모든 국민이 침착하게 국가적 단결력으로 행동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유럽 국가들도 지원 대열에 합류했다. 유럽연합(EU)의 하자 라비브 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EU 자금 지원을 받는 파트너들이 이미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피해 분석을 위한 위성 서비스도 가동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전문 수색·구조대원 85명을 즉시 파견하기로 했고, 스페인도 군 긴급대응부대 등을 통한 긴급 지원 의사를 베네수엘라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독일 국방부는 긴급 지원을 위해 A400M 수송기 6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모든 인도적 지원과 구호 채널을 신속히 가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구조대원 80명과 구조견 8마리, 구조 장비 18톤(t)으로 구성된 구조팀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할 계획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파괴적인 지진 이후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과 연대한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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