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고교 총기난사 학생이 즐긴 폭력게임 접속 차단
캐릭터 고문·살해 '고어박스'…"3명 사망 사건에 영향 가능성"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최근 필리핀 고등학교에서 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당국이 용의자인 10대 학생이 즐겨 했던 잔혹한 폭력 게임의 접속을 차단했다.
24일(현지시간) 인콰이어러·GMA뉴스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정보통신기술부 사이버범죄수사조정센터(CICC)는 지난 22일 벌어진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 2명 중 14세 소년이 게임 '고어박스'의 열광적인 팬임을 확인하고 해당 게임에 대해 임시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CICC 책임자인 레나토 파라이소 차관은 성명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예방 조치로 고어박스를 일시적으로 차단한다"면서 "이 비극적인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상의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어박스는 이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무기 등을 갖고 캐릭터를 자유롭게 고문하거나 살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사지 절단 등 매우 잔인한 폭력 묘사로 잘 알려져 있다.
당국은 용의자의 범행 과정에서 이 게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파라이소 차관은 다만 이 게임이 폭력을 조장하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앨런 레이 코 필리핀 경찰청 대변인은 초기 수사 결과 이 용의자가 "온라인 콘텐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서 폭력적인 게임 외에도 "우리는 한 (온라인) 그룹이 그가 범행을 하도록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몇 가지 징후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파라이소 차관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인터넷에 노출된 필리핀 어린이들의 안전과 복지"라면서 "이번 임시 차단 조치 외에도 청소년 사용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가 즉시 이뤄지도록 감시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2일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 타클로반시의 산호세 국립고등학교에서 14세·15세 용의자들이 권총 2자루를 난사, 학생 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2명은 중상을 입고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세 용의자는 경찰관인 자신의 이모로부터 9㎜ 권총을, 15세 용의자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한때 근무했던 경비업체의 직원으로부터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각자 입수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 대변인은 이들이 총격 사건 당일 아침 1시간 넘게 화장실에서 만났다면서 이들이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철저한 조사 지시에 따라 폭력을 조장하는 온라인 그룹의 영향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코 대변인은 용의자들이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온라인 콘텐츠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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