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블랙홀 충돌 순간 '사건의 지평선' 흔적 포착…직접파 첫 검출
국제 연구팀, 역대 최강 중력파 GW250114 분석…"블랙홀 연구 새 창 열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인 블랙홀은 빨려 들어간 물질과 빛, 정보까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으로 둘러싸여 있다.
국제 연구팀이 두 블랙홀이 충돌해 하나로 합쳐질 때 발생한 강력한 중력파 신호에서 사건의 지평선 특성을 직접 반영하는 새로운 신호를 처음으로 포착했다.
호주국립대(ANU) 링 쑨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5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블랙홀 병합 중력파 신호인 'GW250114'를 분석, 병합 후 생성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과 직접 연결된 '직접파'(direct wave)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직접 관측이 어려웠던 사건의 지평선 특성을 반영하는 신호를 처음 검출했다며 두 블랙홀이 충돌하는 순간의 강력한 중력파 신호를 이용해 새로 형성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부근에서 생성된 신호를 포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직접 관측은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는 초대질량 블랙홀 그림자 영상이나 강착원반(accretion disk)의 X선 방출, 상대론적 제트 등 간접 관측에 의존해 왔다.
연구팀은 블랙홀 충돌 때 생성되는 중력파를 통해 사건의 지평선을 직접 탐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025년 1월 미국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가 검출한 강력한 중력파 신호 GW250114를 분석했다.
GW250114는 질량이 태양의 33.6배와 32.2배인 두 블랙홀이 합쳐져 태양 질량의 약 62.7배 크기 블랙홀이 된 사건으로, 신호대잡음비(SNR)가 약 80에 달하는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강력한 블랙홀 병합 중력파 신호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행된 블랙홀 병합 연구는 주로 병합 후 나타나는 현상을 관측,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사건의 지평선을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먼저 GW250114 신호에서 병합 후 나타나는 기존 중력파 성분을 제거한 뒤 남아 있는 신호를 정밀 분석하는 방법으로 '직접파'(direct wave)라고 부르는 특별한 성분을 찾아냈다.
직접파는 두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진 직후 새로 만들어진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특성을 직접 반영하는 신호로, 이전에는 존재만 이론적으로 예측됐을 뿐 실제 관측된 적은 없었다.
논문 제1 저자인 닐 루 연구원(박사과정)은 "블랙홀들이 충돌할 때 만들어낸 마지막 소리(중력파 신호)를 측정했다"며 "그 신호 속에 숨어 있던 직접파를 해독, 사건의 지평선 바로 근처에서 나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직접파를 분석해 병합 후 생성된 블랙홀이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와 사건의 지평선의 표면 중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블랙홀의 강력한 회전이 주변 시공간까지 함께 끌고 가는 '기준틀 끌림'(frame dragging) 현상과 사건의 지평선 부근의 물리 현상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블랙홀 신호 충돌 신호에서 직접파를 찾을 수 있다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더욱 엄격하게 검증하고,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부근의 물리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Sizheng Ma et al., 'GW250114 reveals signatures of post-merger black-hole horizon',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06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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