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치안·경제 불안에 트럼프식 우파 포퓰리즘 확산

입력 2026-06-23 15:21
남미, 치안·경제 불안에 트럼프식 우파 포퓰리즘 확산

'범죄와의 전쟁'·'시장 경제' 내세운 지도자 잇따라 집권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중남미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노선을 공유하는 정치인들의 집권이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롬비아 대선에서 승리를 거의 확정한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후보는 마약 카르텔과의 전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볼리비아에선 20여년간 이어진 좌파 집권을 끝낸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이 연료 보조금 축소와 외환 규제 완화 등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칠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은 불법 이민 차단을 위해 북부 국경에 군 병력을 배치하고 범죄 조직 단속을 강화했다.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도 군을 동원한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을 확대하면서 미국과의 정보·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온두라스의 나스리 아스푸라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축소하고 대만과의 외교 관계 복원을 추진 중이다.

코스타리카의 라우라 페르난데스 델가도 대통령도 불법 이민 단속과 조직범죄 대응을 위해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개표가 종료되지 않은 페루 대선에서도 보수 우파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가 좌파인 로베르토 산체스 후보에 앞선 상태다.

후지모리 후보는 강력한 치안 정책과 함께 미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이웃 국가의 우파 지도자들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중남미에서 우파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부상하는 것은 만연한 조직범죄와 경제 침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때문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중남미 상당수 국가에서 마약 카르텔과 초국가적 범죄 조직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유권자들이 강경한 법질서 회복을 약속하는 지도자들에게 표를 던지게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이 같은 중남미 정치 지형의 변화는 반가운 현상이다.

강력한 이민 단속과 함께 마약 퇴치를 위한 공동 작전에 기꺼이 협력하려는 지도자들을 파트너로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의 우파 지도자들과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에 콜롬비아 대선 승리가 유력시되는 에스프리에야 후보에게 "미국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국적을 가진 에스프리에야는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도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중남미의 우경화는 서반구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 실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남미 최대국가인 브라질과 멕시코는 여전히 좌파 정권이 집권 중이다.

만약 오는 10월4일 브라질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승리할 경우 중남미의 정치 지형은 더 급격하게 우파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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