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 조정 본격화?…10% 폭락에 '검은 화요일' 코스피(종합)

입력 2026-06-23 17:07
차익실현? 조정 본격화?…10% 폭락에 '검은 화요일' 코스피(종합)

외국인·기관 투매, 역대 최대폭 하락…코스피 변동성지수도 '껑충'

변동성 확대에 또 롤러코스터…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잇단 발동

"펀더멘털보다는 '테크니컬' 조정…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변동성 키워"

"6월 초 반도체 조정 당시 고려하면 저점은 7,900 부근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김유아 기자 = 극단적인 반도체 대형주 쏠림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코스피가 23일 결국 급격한 조정에 직면했다.

9,000선을 넘어 '1만피'를 바라보던 지수는 단숨에 8,200선까지 밀리면서 하루 기준으로 역대급 낙폭을 기록했다. '9천피' 돌파 3거래일만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10.71포인트(9.99%) 폭락한 8,203.84로 장을 마쳤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4일(698.37포인트·12.06%)에 이어 올해들어 두번째로 큰 하락률이다. 전일 종가 대비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0.34% 내린 9,083.54로 출발한 지수는 종일 우하향 흐름을 이어가며 낙폭을 키워갔다.

이에 거래소는 오전 11시 40분께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를 발동,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됐고, 오후 2시 33분에는 서킷브레이커마저 발동해 20분간 매매거래를 중단했으나 하락 추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1천391억원과 4조5천129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개인은 홀로 8조5천223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이는 하루 순매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하단을 지지하는 데는 실패한 모습이다

특히 전일 5.61% 급등하며 25년 7개월여만에 삼성전자[005930] 보통주를 밀어내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SK하이닉스가 12.47% 폭락, '250만 닉스'로 내려앉으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 역시 12.31% 추락해 '31만 전자'가 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달 5일 -5.54%(478.82포인트), 8일 -8.29%(676.18포인트), 9일 +8.18%(612.52포인트), 10일 -4.52%(366.11포인트), 12일 +4.63%(359.67포인트) 등 급등락을 거듭하며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76.88포인트(7.94%) 내린 891.5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급락에 따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지수가 900선 아래로 무너지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주된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투자 출혈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원하던 대로 미래 산업을 선점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든 것이 꼽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AI 거대기업들이 경제를 독식하게 해선 안 된다면서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는 '저가형 AI 모델'이 우후죽순 등장해 가격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간밤 뉴욕증시는 아마존(-4.75%), 엔비디아(-0.97%), 마이크로소프트(-3.18%), 메타(-2.32%) 등 주요 빅테크들의 주가가 일제히 내리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9% 오른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37%와 1.33%씩 밀렸다.

현지시간 24일로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발표에 대한 경계감도 배경이 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회계연도 3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19.5~19.9달러로 전망하지만, 트레이더들의 실질 전망치인 위스퍼 넘버가 22달러를 기록하는 등 시장 기대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이를 고려할 때 예상을 큰 폭으로 웃돌지 못할 경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선반영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닛케이 255 지수가 3.55%, 대만 가권지수가 1.34% 하락 마감하는 등 일제히 하락했으나, 한국만큼 큰 낙폭을 나타낸 곳은 없었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가 116.28% 급등하며 차익실현 압력이 높았던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시장 쏠림이 극단적으로 심화한 상태였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처음으로 출시된 것도 변동성 확대를 부추겼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문제보다는 '테크니컬'한 조정 압력이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특히 유동성 측면에서 '숏 감마(Short Gamma)'에 대한 부분을 강조한 바 있는데, 이는 상승 또는 하락 국면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예컨대 고객이 2배 레버리지 지수상장펀드(ETF)를 1억원 어치 구매할 경우 운용사는 2억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초자산이 오르거나 내리면 상승 혹은 하락분의 2배 물량을 사거나 팔아야 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곧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전장보다 2.35% 급등한 89.41로 장을 마쳤다.

이밖에 코스피 이익 전망치가 가파르게 상향되는 상황에서 피크아웃 우려도 점도 급격한 조정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높은 이익 증가율은 기대감도 만들지만, 이익 예상치 하회와 증가율 정점 통과 우려도 형성할 수 있다"면서 "이달 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됐던 당시 저점을 고려할 때 현재 코스피 저점은 7,900 부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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