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봉쇄' 카드 꺼낸 이란…핵 담판 주도권 쥐나(종합)

입력 2026-06-21 01:44
'호르무즈 재봉쇄' 카드 꺼낸 이란…핵 담판 주도권 쥐나(종합)

이스라엘의 계속된 레바논 공격에…이란 "종전 MOU 1조부터 위반"

"미국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 강제해야" 주장

이란 협상 대표단 스위스행…"美에 약속 이행 요구"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중동 전쟁을 끝내고 핵협상 개시를 위해 합의됐던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가 18일(현지시간) 발효된 지 이틀 만에 파기될 위험에 처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이 계속되자 이란은 종전 MOU의 핵심 조항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20일 전격 취소하면서 미국을 압박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MOU 제1조 불이행 등 미국의 명백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약속 불이행에 대응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끊임없이 합의를 위반하고 철수를 미이행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해 폐쇄를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종전 MOU의 1조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도 "모든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해선 안된다. 접근하면 안전이 위험해질 것"이라며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저지른 범죄와 미국의 MOU 위반 탓에 호르무즈 해협은 모든 선박에 대해 닫혔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MOU 발효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계속했고 19일 헤즈볼라와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헤즈볼라의 선제공격을 이유로 20일 오전 공습을 감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은 미국이 이를 묵인하거나 사주한다며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레바논 공습 탓에 19일 스위스에서 예정됐던 미·이란의 핵협상 개시도 미뤄진 터다.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카드를 언제라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필요할 때 즉시 실행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가변적인'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예고했다.



이란은 그러나 이날 오후 협상 대표단을 전격적으로 스위스로 보내 MOU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협상 대표단이 스위스로 떠났다"고 확인하면서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은 MOU 조항이 이행될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행히도 우리는 이런 (이행) 상황을 보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이번 스위스행의 목적은 본협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MOU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란 외교 정책의 논리는 명확하다.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이라며 "MOU는 상호 연관된 패키지라서 한쪽이 이행하지 않으면 MOU 모두가 위태로워지는데 특히 1조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방송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단을 이끌고 협상장이 마련된 스위스 뷔르겐슈토크로 출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비롯해 4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종전 협상에 참여했던 압돌 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알리 바게리 카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 국제문제 담당 사무차장, 하미드 보르드 석유부 차관 등도 이번 협상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스위스 협상은 21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중재해온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의 실무급 회담이 21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일 헤즈볼라와 휴전을 합의했으나 이튿날 레바논 남부를 또다시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발표 몇시간 뒤인 20일 새벽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 10여곳에 공습을 단행했다. 레바논 민방위 당국은 이날 1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3월 초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자가 4천명을 넘겼다고 집계했다.

이날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휴전 뒤) 간밤에 테러조직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군을 향해 50여발의 발사체를 쐈다"며 "이 공격에 대응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표적을 공습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 위반을 멈춘다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안정이 이뤄질 수 있다"며 헤즈볼라에 책임을 돌렸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19일 심야에 나바티에를 침입해 발사체를 쏴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헤즈볼라는 "휴전을 지키겠지만 레바논 영토를 점령한 적들의 어떤 시도에도 주저없이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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