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앞둔 코스닥, 소외감 심화…승강제 구체안 가을로 미뤄질듯

입력 2026-06-22 08:00
수정 2026-06-22 08:02
30주년 앞둔 코스닥, 소외감 심화…승강제 구체안 가을로 미뤄질듯

'천스닥' 재이탈하며 시총 비중 6.83%로 '뚝'…27년만에 가장 낮아

승강제, 벤처업계 반발에 의견수렴 확대…내달 1일 큰 방향만 제시할 듯

"9월말∼10월초 발표 목표"…"서열적 명칭" 반발에 세그먼트 명칭도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코스닥 시장이 출범 30주년을 앞두고 다시 1,000선 밑으로 밀려나고 국내 증시 내 시가총액 비중도 빠르게 줄어든 가운데 시장 활성화 핵심 방안으로 거론되는 코스닥의 세그먼트 개편, 이른바 '승강제' 구체안 마련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 대형주 중심 랠리가 이어지면서 상대적 소외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코스닥이 하반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은 7천941조6천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스닥 시가총액은 542조7천977억원으로 그 비중은 6.83%에 그쳤다.

이는 지난 1999년 5월 13일(6.81%)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비중이다.

올해 초인 1월 2일, 코스닥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한 금액의 12.67%를 차지했다. 이후 1월 29일 12.87%까지 높아졌지만, 지난 5월 6일 9.98%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19일 6%대까지 밀린 것이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의 비중은 올해 초 87.33%에서 지난 19일 93.17%까지 높아졌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코스닥의 증시 내 존재감은 더 작아진 모습이다.

지수 흐름도 부진하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사상최초 '9천피'를 기록한 가운데, 코스닥 지수는 19일 3.43% 내린 966.59로 마감하며 다시 '천스닥'을 이탈했다.

하반기 코스닥 반등 기대감이 커졌던 만큼 정책 모멘텀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1일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코스닥 시장 세그먼트 개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구체적인 세그먼트 편입 기준이나 대상 기업 수, 시행 시기 등 세부안은 발표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당초 목표로는 30주년 행사에서 승강제 정책을 확정하고 관련 방안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벤처업계 등 이견이 있는 주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자는 차원에서 일정이 연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목표는 9월 말에서 10월 초, 금융당국이 주최하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행사에서 발표하는 것"이라며 "다음 달 1일에는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넓은 의미의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의 세그먼트 개편은 코스닥 상장사를 일정 기준에 따라 나눠 성숙한 혁신 기업군을 선별함으로써 시장 신뢰와 투자 매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의해 추진돼왔다.

그러나 벤처업계에서는 세그먼트 개편이 자칫 코스닥 내 서열화와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세그먼트 방향 재검토와 중복상장 금지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등 '5대 정책요구'를 발표했다.

이들은 코스닥 세그먼트 개편에 대해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등 세그먼트 시행을 유예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가총액과 영업실적 중심으로 기업을 분류할 경우 바이오, 인공지능(AI), 딥테크 등 장기 연구개발(R&D) 기업이 기술력과 무관하게 하위 시장에 편입돼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벤처업계는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세그먼트 설계가 코스닥 시장 전체의 자금조달 기능과 직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거래소는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탈협회, 투자업계, 학계 등이 참여하는 코스닥 승강제 자문단을 구성하고 지난 16일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속적인 자문단 논의와 시장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제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자본시장 구성원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논의를 통해 결정하자는 차원"이라며 "자문단을 꾸려 벤처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정책 확정 전까지 공청회도 여러 차례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세그먼트 개편안은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뒤, 자문단 논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그먼트의 명칭도 쟁점이다. 벤처업계는 '서열적 명칭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스탠다드'와 '1·2부제' 등의 표현이 거론돼왔지만, 이 같은 이름이 코스닥 상장사의 우열을 가르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래소 관계자는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네이밍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나스닥 글로벌'보다 상위 시장에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select)'라는 표현을 쓴다"며 "우리도 비슷한 표현을 쓸 수 있을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최상위 우량기업 대표지수 도입도 세그먼트 개편 이후 논의될 전망이다. 세그먼트 연계 지수가 상위 세그먼트 전체를 반영하는 지수라면 최상위 대표지수는 그 안에서도 대표성이 큰 일부 종목을 다시 추린 지수인 만큼, 세그먼트 기준 확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은 수급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장으로 꼽힌다. 코스피 대형주 중심 장세 속 코스닥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그먼트 개편 등 정책 기대감이 실제 모멘텀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코스닥 지수의 부진은 단순 낙폭 과대가 아니다"라며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 자금의 이탈과 코스피 대비 더딘 이익 개선 속도, 금리 인상 시사 이후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의 성장주가 할인율 상승에 더 취약해진 점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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