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서 불탄 'KKK 연상' 십자가…美당국, 증오범죄 기소
21세 남성 "트럼프 반대 시위였다"…차별 의도 부인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미국 시카고 도심 공원에서 대형 나무 십자가에 불을 지른 20대 남성이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 남성은 차별 의도가 없는 정치적 시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은 십자가 방화라는 행위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판단했다.
미 시카고 경찰은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에 재학 중인 멀린 루(21)가 증오범죄, 공공재산 파손 등 4건의 중범죄와 치안 방해 등 4건의 경범죄 혐의로 기소됐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루는 지난 9일 시카고 중심가 그랜트 파크에서 직접 제작한 나무 십자가에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용의자 추적에 나섰으며, 현지에선 증오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미국에서 십자가 방화는 단순 방화가 아니라, 과거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KK)이 흑인 공동체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상징으로 통한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그랜트 파크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 수락 연설을 했던 역사적 장소라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충격이 컸다.
루는 경찰에 체포되기 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십자가를 태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종 혹은 종교적 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 세력 마가(MAGA) 및 기독교 민족주의 등에 반대하는 정치적 시위였다며, 마가의 상징인 빨간 모자를 얹고 불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은 KKK와 무관하며, 역사적 심각성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미 당국은 피의자의 주관적 주장과 관계없이 혐의 적용을 유지했다.
증오범죄는 미 사법 체계에서 형량을 대폭 높이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피해자의 인종·종교·성적 지향 등 특정 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범행 동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반 범죄와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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