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앙숙' 된 UAE·이란 첫 대면 회담"<블룸버그>

입력 2026-06-12 00:30
"전쟁으로 '앙숙' 된 UAE·이란 첫 대면 회담"<블룸버그>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중동 전쟁으로 '앙숙' 관계가 된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의 고위급이 이번주 비밀리에 대면 회담을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관련 소식통들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2월 28일 전쟁이 발발한 뒤 양국의 첫 대면 접촉이다.

이들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번주 열린 회담이 양측 모두에게 급격한 입장 변화를 뜻한다"며 "더 안정적인 양자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양국의 인식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UAE와 이란은 전쟁 전까지만 해도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이란에 UAE는 경제 제재를 피하는 우회로 역할을 했고 UAE는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관리하면서 안보적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던 UAE를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UAE 내 미군 기지가 이란 공격에 이용된다는 게 명분이었으나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동의 허브' UAE의 안보와 경제 인프라를 뒤흔들었다.

UAE가 이스라엘과 조율해 이란 공습에 직접 가담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UAE와 이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번 대면 회담에 대해 블룸버그는 "UAE 지도부는 원유 증산,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투자 등 대담한 경제적 야망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해설했다. 경제적 번영을 계속 추진하려면 불과 수십㎞ 거리인 이란을 상존하는 안보 불안 요소로 둬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또 UAE가 전쟁 전 이란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 중 하나였으며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의 핵심 우회 경로였다는 점을 짚으며 이란으로서도 UAE와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소식통들은 "UAE가 대면 회담에 나선 동기는 이란을 적으로 간주하면서도 (이란 정권이) 권좌에서 축출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데탕트(긴장 완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UAE는 이란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길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걸프국은 이란의 공격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9천만 인구와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페르시아만 건너편의 이란과 공존해야 할 필요성을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식통들은 UAE가 이란에 강경했으나 이웃 걸프국들이 이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위태로운 휴전, 미국·이란 협상의 교착으로 이란에 대한 계산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같은 UAE의 노력 덕분인지 이란이 이번주 미국의 공격에 반격하면서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을 겨냥했을 뿐 '주 표적'이었던 UAE는 제외했다.

소식통 중 한명은 이번 회담이 UAE와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려는 이란 측의 수차례 시도의 결실이라고도 전했다. UAE는 이란의 이런 시도에 대해 대화 상대가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직통하는지 확인하기를 원했고 이 때문에 회담을 미뤄왔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란 지도부가 대거 폭사한 뒤 들어선 새 지도체제에서 누가 실권자인지 파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이번 회담이 셰이크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가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뒤 통로가 열렸다고 전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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