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물열전] (24)위안부 할머니 아픔에 공감한 노벨상 수상 무퀘게 박사
민주콩고 내전 성폭행 피해자 치료 헌신…2018년 노벨평화상 앞서 서울평화상도 받아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 박사는 노벨평화상 수상 2년 전인 2016년 서울평화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무퀘게 박사는 과거 20년간 민주콩고 내전 과정에서 잔인한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 수천 명을 치료하고 재활하는 일에 일생을 바친 공로로 2018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55년 민주콩고 동부 접경지 부카부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무퀘게는 프랑스 앙제대학에 유학하며 산부인과를 전공했다.
그는 이후 광물 자원을 둘러싼 내전이 한창이던 고향 부카부로 돌아와 1999년 판지병원을 설립했다.
애초 임산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세웠으나 내전 과정에서 반군에게 성폭행당하는 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폭력 피해 치료에 집중하게 됐다.
민주콩고에서는 오랜 내전으로 6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여성들은 극심한 성폭력에 시달려왔다.
정부와 여러 무장세력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민주콩고에서는 군인들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전쟁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해 왔다. 잔인한 성폭력을 통해 주민들에게 심리적 위협을 가하고 세력 확대를 꾀한 것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민주콩고 정부군과 반군 모두 여성에 대한 성폭행을 무기화해 반대 측을 모욕하고 약화하려 했다"며 "(무퀘게 박사는) 전쟁과 무력 분쟁의 수단으로 자행되는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해온 상징적 인물"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무퀘게 박사는 하루 최대 18시간씩 일하며 집단 성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은 여성 수천 명을 치료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도 수술실에 있었다.
그는 아울러 숙소, 심리 상담, 직업 훈련, 교육 프로그램까지 제공해 피해 여성들의 자립도 도왔다.
여성들에게 성폭행을 자행하는 이들에게 무퀘게는 눈엣가시였다.
그는 2012년 9월 유엔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성폭력에 책임이 있는 무장세력들에게 단호히 대응하고, 민주콩고 내전 종식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 무장 괴한이 그의 자택을 습격해 이 과정에서 경호원이 숨졌다.
암살을 모면한 그는 가족을 데리고 프랑스로 피신했다. 그러나 판지병원이 수술 환자로 넘쳐 나는 등 어려움을 겪자 시민들의 요청을 받고 수개월 만에 다시 귀국해 진료를 이어갔다.
무퀘게는 2018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도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인간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민주콩고의 정치지도자와 무장단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집단 성폭행을 근절하기 위해 제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을 치료하고 재활을 지원한 공로로 서울평화상과 노벨평화상 외에도 유엔인권상(2008년), 올해의 아프리카인상(2009년), 유럽의회가 수여하는 사하로프 인권상(2014년) 등 각종 상을 받았다.
평생 성폭력 피해자들을 치료한 무퀘게 박사는 한국 방문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무퀘게는 2016년 서울평화상 수상차 방한한 자리에서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민주콩고에서 제가 치료했던 15∼16살 소녀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며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 그 고통을 안고 살아온 것이다. 성폭력은 한 인간의 인간성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퀘게는 2023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득표율이 채 1%도 안 돼 낙선했다.
2024년에는 국제사회 원로 그룹인 '디 엘더스'(The Elders) 회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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