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무기로는 평화 못 이뤄"…AI 무기화도 거듭 경고

입력 2026-06-09 00:47
교황 "무기로는 평화 못 이뤄"…AI 무기화도 거듭 경고

스페인 의회서 연설…전쟁·이주민 차별에 우려

"전쟁 이득 위에 사람 목숨 있어야"…대화·국제법 존중 강조

"이주민에 안전한 경로·실질적 통합 제공해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8일(현지시간) 스페인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국제 분쟁과 재무장 움직임, 이주민 차별에 우려를 표하며 평화를 추구하라고 촉구했다.

AP, AFP 통신과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교황은 스페인 방문 사흘째인 이날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전 세계가 폭력과 양극화, 상호 불신으로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쟁을 비판했다가 출신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받았던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또다시 전쟁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평화에는 외교적 용기, 윤리적 책임,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며 "이는 모든 사람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국제법이 제공하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각국의 책임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장이 국제적 불안정성에 거의 불가피한 대응으로 제시되고 있어 우려한다. 무기는 일시적 침묵을 가져올진 몰라도 절대로 진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는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안보는 정의, 참을성 있는 대화, 국제법에 대한 존중, 전쟁으로 취하는 이득 위에 사람의 목숨을 놓을 수 있는 정책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인공지능(AI)의 군사적 사용과 관련해서도 삶과 죽음의 문제를 자동화 시스템에 맡겨서는 절대로 안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교황은 "국가의 도덕적 위대함은 가장 취약한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능력에서 드러난다"며 "한 사람이 출신을 이유로 차별받는다면 모든 인간이 똑같이 존엄하다는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민이라는 비극이 각국의 양심과 국제 질서의 윤리적 기반에 도전을 안기고 있다"며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 존중을 담은 환대, 실질적 통합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자국에 머물 권리를 증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도좌파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유럽 동맹국들보다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제1야당 국민당(PP)과 원내 제3당 극우 복스당으로부터 압박받고 있다.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교황의 스페인 방문 일정은 카나리아제도에서 마무리된다. 이곳은 이주민들이 아프리카에서 바다를 건너 유럽에 진입하는 주요 관문으로, 교황은 바다에서 사망한 이주민들을 추모할 예정이다.

이날 교황은 스페인 의원들로부터 7분에 걸친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교황 만세"라는 외침도 곳곳에서 나왔다.

교황의 스페인 의회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의 외국 의회 연설 자체가 드물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미국 의회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출신국 독일 의회에서 2011년 연설한 바 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