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협상파 갈등 대신 '통제된 균형' 과시한 이란
이란 대통령 "군사와 외교는 국익의 두 날개"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두 달 만에 재개되면서 전면전 위기까지 치달았던 중동 상황이 빠르게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란군이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작전을 하루 만에 중지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한 4월 8일 이후 다시 시작된 이번 군사 충돌의 직접 원인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이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 공격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이란의 역내 군사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이 약화한다고 본 이란은 미국에 레바논 휴전을 종전 협상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밀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더니 급기야 이란이 '레드라인'으로 그은 베이루트 공습을 7일 감행했다.
이에 이란은 7일 밤 이스라엘로 탄도미사일 약 30발을 발사해 보복했고, 이스라엘도 이튿날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 곳곳을 폭격하면서 반격에 반격을 주고받았다.
이란군이 이스라엘 작전 중지를 선언한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메시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은 즉시 발포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한 지 약 1시간 만에 이란군은 기다렸다는 듯 작전 중지 성명을 냈다.
지난 하루 동안의 이같은 전개로 이란은 군사와 외교 정책의 '통제된 균형'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서방 언론에선 전시 실세인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위시한 강경 군부가 정부의 협상을 반대하면서 내부 갈등과 권력 투쟁이 증폭되고 있다는 추정과 해석이 나오곤 했다.
또 전쟁 초기 폭사한 아버지에 이어 새로 최고지도자가 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국정 장악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제기됐었다.
이런 기존의 해석과 달리 이란은 이번 군사적 위기 국면에서 신속하고 조율된 모습을 보였다.
이란 군부는 휴전 기간에도 '적의 도발'에 언제든 강력히 대응할 준비태세를 갖췄다며 호전적인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대미 협상팀은 미국에 대한 불신을 기본값이라면서도 외교의 창을 닫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언뜻 보면 상반되지만 이란 군부는 이번에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고 그간 경고한 대로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대량 발사해 자신들의 경고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에 대해 8일 "약속대로 이행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란 외무부는 같은 날 이스라엘의 공격 재개는 미국 탓이라면서도 "미국과 메시지는 계속 교환하고 있었다"며 외교적 절차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냈다.
군부는 상대가 레드라인을 넘기면 주저없이 실전에 돌입하고, 상대에서 협상 메시지가 나오면 외교 모드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다는 강온 양면의 균형을 보인 셈이다.
아울러 외부에 갈등으로 비쳤던 군부와 협상파를 통제할 수 있는 최종 결정권자가 있고 그가 바로 아야톨라 하메네이라는 점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란군의 작전 중지 선언이 나오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엑스에 "최우선 순위는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녕"이라며 "외교와 국방은 국력을 떠받치는 두 날개로, 우리는 (군사적) 현장도, 협상 테이블도 결코 떠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란이 군사 옵션을 중지하고 외교 절차로 복귀하게 됐지만 미국과 종전 협상이 순탄하다는 뜻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대이란 제재 해제, 레바논 완전 휴전 등 큰 쟁점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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