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르완다 학살' 희생자 추모비(종합)

입력 2026-06-03 02:26
프랑스 파리에 '르완다 학살' 희생자 추모비(종합)

1994년 르완다 소수부족 살육에 프랑스 책임론 인정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르완다 대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프랑스 파리의 센강변에 세워졌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파리 도심 센강변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과 함께 투치족 집단 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제막했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주도로 세워진 이 기념비엔 '아카이브'(기록관)라는 이름이 붙었다. 두 개의 검은 황동 비석에 1994년 4월부터 7월 사이 학살당한 수십만 명을 기리는 문구가 새겨졌다.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행사에서 "우리 앞에 있는 이 기념비는 진실을 돌에 새겨 살아있는 이들에게 교훈을 준다"며 "이 기념비는 르완다인들의 존엄성과 우리 역사에 대한 경의의 표식으로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가 자신의 역할을 인정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진실을 바로잡는 데 프랑스만큼 멀리 나아간 나라는 없다"며 양국이 "진실을 향한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키갈리에서 나는 투치족 학살로 이어진 악순환 속에서 우리나라가 지닌 책임을 인정했다. 우리가 무엇을 했고 방치했는지, 무엇을 말했고 혹은 말하지 않았는지를 밝혔다"며 "우리가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건 피해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4월 6일 다수 부족인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격추돼 숨지자 다음날부터 약 100일간 소수 투치족과 이에 동조하는 후투족 일부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된 사람만 80만명에 달한다.

이후 르완다는 당시 현지에 주둔했던 프랑스군이 학살 가담자들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그들의 도피를 도와 일부가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었다며 프랑스 책임론을 꾸준히 주장했다.

르완다는 과거 벨기에 식민지였으나 1970년대부터 같은 언어를 쓰는 프랑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프랑스는 자국의 학살 방조론이나 책임론을 계속 부인하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뒤 2019년 5월 대학살 당시 프랑스의 과오가 없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르완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진상조사위는 2021년 3월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1981∼1995년) 시절 프랑스가 인종 차별적 학살을 부추기는 정권에 연루돼 있었다"며 "학살을 멈추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 등 무겁고도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르완다 정부에 무기를 공급하는 등 학살에 공모했다고 의심할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그해 5월 키갈리의 집단학살 기념관을 직접 찾아 "프랑스가 대학살에 공모하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정부의 편에 섰던 만큼 '엄청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프랑스는 르완다 학살을 고등학생들의 교육 과정에 포함했으며, 사법 차원에선 최근 학살 공모 의심을 받는 르완다 전 영부인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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