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열풍에도 아르헨국민 韓보다 日 더 찾아…한국의 2.3배

입력 2026-06-01 03:09
K-문화 열풍에도 아르헨국민 韓보다 日 더 찾아…한국의 2.3배

엔저·애니메이션 영향에 작년 역대 최다 3만3천명 일본 방문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아르헨티나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관광 수요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을 방문한 아르헨티나인은 3만3천83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의 2만3천805명을 크게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 대비 무려 70%나 급증했다.

반면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아르헨티나인은 1만4천42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2.6% 증가했지만 일본 방문객 수에는 크게 못 미쳤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아르헨티나인은 한국 방문객의 약 2.3 배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수년간 아르헨티나에서 한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길을 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K-팝 커버댄스 대회와 팬 모임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으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 층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는 수백 명이 참가하고 BTS와 블랙핑크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은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접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실제 여행 목적지로서는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지 관광업계는 일본 대중문화의 오랜 영향력을 가장 큰 배경으로 꼽는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서도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게임 문화의 영향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부터 방영된 '드래곤볼', '포켓몬스터' 등을 보고 성장한 세대가 현재 해외여행 소비의 중심층이 되면서 일본에 대한 친숙함이 실제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엔화 약세도 일본 여행 붐을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일본이 비용 부담이 큰 장거리 여행지로 여겨졌지만,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숙박과 식사, 교통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일본이 더 이상 특별한 경우에만 찾는 여행지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목적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도 적지 않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도쿄의 번화가와 교토의 전통 거리, 벚꽃 명소, 일본 편의점 음식, 신칸센 체험 등을 소개하는 영상이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현지 여행업계는 이러한 콘텐츠가 일본 여행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지 언론들은 일본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일부 유럽 여행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 장거리 여행이라고 하면 유럽을 먼저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일본을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며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익숙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 방한객 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일본 문화의 영향력과 엔저 효과, 관광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일본이 아르헨티나인의 동아시아 여행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과거 유럽 중심이던 아르헨티나인의 해외여행 지도가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로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며 "한류의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한국 방문 수요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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