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엘리자베스 준우승한 첼리스트 김태연 "강행군 떠올라 울컥"
연합뉴스 인터뷰서 "입상 기대 못해…저만의 색깔 담은 음악 하고파"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우승에 대한 아쉬움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사실 입상조차 기대하지 못했는데, 막상 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세계 3대 콩쿠르로 일컬어지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첼리스트 김태연(20)은 31일(현지시간) 새벽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한 달 넘게 이어진 콩쿠르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상을 탈 것이라고 기대조차 못 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원래 무대에서 거의 떨지 않고, 눈물도 없는 편인데 수상자로 호명되자 눈물이 나와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는 게 김태연의 이야기다.
그는 전날 밤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 공연장에서 이번 콩쿠르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최종 연주자로 무대에 올라 지정곡인 중국계 미국 작곡가 팡만의 현대음악 '꽃 소식에 대한 네 편의 송가'(Four Odes to the Tidings of Flowers)에 이어 20세기 폴란드 작곡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다.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인 데다 늦은 밤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만큼 부담감이 클 법도 했지만,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과감한 곡 해석으로 단숨에 무대를 장악했다. 관객들은 줄곧 눈과 귀를 집중했고, 연주가 끝나자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인터뷰에서 김태연은 "실은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주만 끝나면 1개월 간의 진 빠지는 여정이 드디어 끝난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밝혔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약 1개월의 기간 1라운드와 준결선을 거치며 출전자들을 추린다. 결선을 앞두고 1주일간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브뤼셀 외곽에 있는 클래식 고등교육 기관인 '퀸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에 머물며 미공개 지정곡을 독학하게끔 하는 혹독한 일정으로 음악가들에게 악명이 높다.
그는 "뮤직 샤펠에 휴대전화도 없이 1주일간 들어가 있다 보니 다른 출전자들이 결선 무대에서 어떻게 연주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내가 할 것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결선 무대 전에는 미리 챙겨온 햇반과 김을 든든히 먹은 덕분에 집중해서 연주를 잘 마친 것 같다"며 웃었다.
먼저 첼리스트의 길을 걸으며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첼로를 시작한 김태연은 예원학교에서 실력이 급성장해 14세에 미국 명문 커티스 음대에 합격, 첼로 영재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도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젊은 시절 밴드 활동을 하고 피아노로 웬만한 곡을 칠 수 있는 절대음감의 소유자라고 하니 부모 모두에게서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셈이다.
현재 커티스 음대 3학년 과정까지 마친 그는 "사실 첼로를 진짜 좋아하게 된 건 커티스에 와서였다"면서 "예원에서는 실기 시험에 치여 살았는데, 커티스에서는 실기 시험이 없어서 그런지 첼로를 더 즐길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롤 모델'로 삼는 연주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딱히 없다"면서 "누구를 의식하기보다는 저만의 색깔을 담은 음악을 만들어가려 한다. 지금처럼 즐겁게 무대에 서서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저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향후 다른 콩쿠르에 나갈 계획이 있냐고 묻자 "지금은 일단 다음 콩쿠르 생각은 안 하려 하지만, 콩쿠르를 여기서 중단할 거 같지는 않다"면서 "아직 어린 만큼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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