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김태연, 퀸엘리자베스 준우승…"개성있는 음악 선사"(종합2보)

입력 2026-05-31 10:53
첼리스트 김태연, 퀸엘리자베스 준우승…"개성있는 음악 선사"(종합2보)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서 3년 만에 韓연주자 입상…K-클래식 또 날아

"입상 기대 전혀 못해…지금처럼 즐겁게 가식없이 저만의 개성 보여줄 것"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거침없는 약관의 첼리스트 김태연이 세계적인 음악 경연대회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태연은 31일(현지시간) 새벽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 공연장에서 진행된 첼로 부문 경연 수상자 발표에서 우승자인 이탈리아 첼리스트 에토레 파가노(23)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됐다.

한국은 2022년 최하영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4년 만에 첼로 부문에서 준우승자를 배출하며 K-클래식의 저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첼리스트 모친을 둔 김태연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만 14세에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한 음악 영재 출신이다.

2024년 5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 기록을 추가, 젊은 첼리스트 중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김태연은 다음달 2일 벨기에 워털루에 있는 음악 고등교육기관 '퀸엘리자베스 뮤직샤펠'에서 열리는 공식 시상식에서 벨기에 마틸드 왕비에게서 상장과 준우승 상금 2만 유로(약 3천500만원)를 전달받게 된다.

이어 다음달 10일 브뤼셀을 시작으로 11일 루벤, 12일 하셀트, 13일 브뤼허 등 벨기에 주요 도시에서 1∼3위 수상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등 준우승자로서의 공연 일정도 이어진다.



김태연은 수상자가 발표되기 직전인 30일 밤 10시 이번 콩쿠르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최종 연주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안토니 헤르무스가 지휘하는 벨기에 국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지정곡인 중국계 미국 작곡가 팡만의 현대음악 '꽃 소식에 대한 네 편의 송가'(Four Odes to the Tidings of Flowers)에 이어 20세기 폴란드 작곡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콩쿠르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스페인 출신의 4위 입상자인 알바로 로사노 카메스(20)와 함께 최연소인 데다 늦은 밤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만큼 부담감이 클 법도 했지만, 김태연은 활을 잡자마자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과감한 곡 해석으로 단숨에 무대를 장악했다.

수상자로 호명된 뒤 눈시울을 붉힌 김태연은 연합뉴스에 "입상 기대를 전혀 하지 못했다"며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번 연주만 끝나면 1개월 간의 진 빠지는 여정이 드디어 끝난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웬만하면 떨지 않아 '강심장' 소리를 듣는다는 그는 "아직 어린 만큼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즐겁게 무대에 서서 가식없이 있는 그대로의 저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1937년 창설된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는 젊은 음악가의 등용문으로 평가되는 행사로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힌다.

벨기에 왕실의 주관 아래 매년 성악,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부문이 번갈아 개최된다. 첼로 부분 경연은 2017년 신설돼 올해 대회가 3회째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홍혜란(성악·2011년), 황수미(성악·2014년), 임지영(바이올린·2015년), 최하영(첼로·2022년), 김태한(성악·2023년) 등 다섯 명이 있다.

한국 클래식은 재작년 바이올린 부문과 작년 피아노 부문에서는 입상자를 내지 못해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김태연의 준우승으로 그동안 K-클래식의 세계 무대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각별한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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