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앞두고…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쟁탈전
두나무 지분 사들여 네이버와 시너지 모색…IT·외국 회사도 가세
증권사들, 한국판 '로빈후드' 시도할듯…'금가분리' 유명무실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김지연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가상자산 사업자(VASP) 지분을 둘러싼 전방위 쟁탈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국내 시중은행과 증권사, 카드사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회사나 외국계 회사까지 일제히 거래소 지분에 눈독을 들이면서 대대적인 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하나금융그룹이 신호탄을 쐈다.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카카오인베스트가 보유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3억원에 인수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1조원이면 웬만한 중대형 금융 계열사를 통째로 인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금액으로, 그만큼 미래 사운을 걸고 과감한 베팅에 나선 셈이다.
이어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앞다퉈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증권[016360], 삼성SDS, 삼성카드[029780]는 지난 28일 카카오인베스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의 4.0% 취득을,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지난 20일 지분 3.90% 추가 취득을 각각 공시했다.
이들은 두나무가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을 추진 중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 지분 취득으로 가상자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네이버와의 사업 시너지까지 노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셋이 동시에 두나무 지분을 사들인 데는 삼성증권이 토큰증권, 삼성SDS가 인프라, 삼성카드가 스테이블코인 유통에 각각 관심을 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미국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로빈후드'처럼 상장 주식과 가상자산을 통합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출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1일 "거래소 지분 투자는 새로운 시장 진출과 신규 사업을 대비한 가장 좋은 투자처"라며 "최근 주식시장 호황으로 현금을 확보한 상황인 증권사가 당장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 사업자인 두나무뿐 아니라 다른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92.06%를 1천335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도 지난 29일 코인원 최대 주주 차명훈 대표와 2대 주주 컴투스홀딩스[063080]가 보유한 구주 일부와 신주를 각각 20%씩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OKX벤처스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의 투자부문으로, 해외 대형 거래소의 원화 거래소 지분 인수는 바이낸스의 스트리미(고팍스) 지분 인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두나무와 손잡은 하나금융 외에 KB·신한·우리·NH농협금융 등도 주력 계열사인 은행 간의 컨소시엄 결성이나 협업 가능성을 물밑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금융사를 제외한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를 위한 협업 파트너로는 두나무가 선점한 네이버 외에 카카오[035720]와 토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듯 하다"라며 "알려진 곳 외에도 여러 기업이 거래소 지분 투자를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자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언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 공정위의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미래에셋컨설팅과 코빗의 기업 결합 심사 결과도 장담하기 어려워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평도 동시에 나온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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