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vs 러시아 선전…프랑스 흔드는 러시아 논객

입력 2026-05-29 22:47
표현의 자유 vs 러시아 선전…프랑스 흔드는 러시아 논객

러 국영방송 프랑스 지사 전 대표, 극우 매체서 러 입장 옹호

佛외무 "사실상 푸틴 돕는 것"…극우 매체 그룹 "다양한 관점 제공"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러시아 국영 뉴스채널 RT의 프랑스 지사 전 대표가 프랑스 주요 매체에 잇따라 출연하며 친러시아 메시지를 전파하자 프랑스 정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크세니아 페도로바 전 RT프랑스 대표는 최근 프랑스 극우 성향 방송 쎄뉴스(CNews)에 출연해 "러시아는 프랑스 경제를 도울 수 있다"며 차기 프랑스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T프랑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인 2023년 프랑스에서 폐쇄됐으나, 페도로바는 프랑스 공론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현재는 '프랑스판 머독'인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가 소유한 미디어 그룹 산하의 쎄뉴스와 유럽1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슈(JDD)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과 허위 정보 전문가들은 내년 중요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페도로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국가들에 대한 크렘린궁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강하게 보장되는 프랑스에서 이를 법적으로 제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누구나 자신의 편집 방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그에게 방송 시간과 지면을 내주는 것은 사실상 푸틴의 의도를 돕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굴라그(강제수용소)에 보내지 않는다"며 제도적 한계를 인정했다.

유럽의회 중도 성향 리뉴(Renew) 그룹의 발레리 헤이어 대표는 지난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미디어 규제 기관인 아르콤(Arcom)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페도로바는 유럽의 제재를 받는 국가인 러시아의 선전을 수년간 퍼뜨려 왔다"며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프랑스 방송 미디어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볼로레 그룹 계열사인 카날플뤼스(Canal+)의 막심 사다 대표는 이날 "그를 러시아 요원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며 "언론인일 뿐"이라고 옹호했다. 사다 대표는 이어 쎄뉴스가 앞으로도 다양한 관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크렘린 선전 연구가인 쥘리앵 노세티는 페도로바와 크렘린 사이의 연계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그를 "영향력 행사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방송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한 뒤 프랑스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국영방송 기자 마리나 옵샤니코바는 페도로바에게 발언의 장을 제공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내가 러시아에서 피해 온 일이 이제 프랑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나는 이곳에서 이런 극우적 정서가 고조되는 걸 공포에 질려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내주 페도로바의 프랑스 체류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예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 그의 체류 허가를 10년 연장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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