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칩스법, 반도체 공급위기때 기존계약 강제 파기 추진

입력 2026-05-29 06:54
수정 2026-05-29 07:07
유럽판 칩스법, 반도체 공급위기때 기존계약 강제 파기 추진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유럽연합(EU)이 반도체 공급 위기 때 칩 제조업체에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특정 주문을 우선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긴급 개입 권한을 법제화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무기·의료기기·디지털 인프라 등 핵심 물자 공급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업체에 공급망 역량 관련 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불응 시 최대 30만 유로(약 5억2천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EU 집행위는 또 회원국을 대신해 반도체를 공동 구매하는 중앙 구매자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을 공동 구매한 방식을 모델로 삼았다.

공급망 위기는 이미 현실화한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자국의 중국계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생산·자산 역외 이전 우려를 이유로 경영권을 강제 접수했고, 이후 반도체 공급이 급감해 일부 유럽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이 법안은 EU가 미국·아시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 중인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의 일환이다.

초안은 EU가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 EU내 고성능 칩 공급의 90% 이상은 TSMC가 위치한 대만에 집중돼 있다.

EU의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현재 10% 미만으로, 2030년까지 이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당초 목표도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입법 배경에는 대만해협 긴장도 작용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스마트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자동차·의료기기용 핵심 부품에 세계적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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