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월 폭염에 익사 빈발…48도 인도서는 열사병 사망 속출(종합)

입력 2026-05-28 12:56
유럽 5월 폭염에 익사 빈발…48도 인도서는 열사병 사망 속출(종합)

영국·프랑스 등 35도 이상 수일째 폭염…유엔 "기후위기 영향" 경고

남아시아, 중동전쟁 에너지난에 폭염까지 겹쳐…물·전기도 부족



(서울·자카르타=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손현규 특파원 = 유럽에 기록적인 5월 폭염이 찾아오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일부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으로 물과 전기가 부족한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열사병 등 피해가 속출했다.

27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영국에서 런던 큐 가든의 기온이 섭씨 35.1도까지 치솟으며 5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영국은 지난 25일에는 밤에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도 겪었다. 영국 잉글랜드 전역에는 폭염 건강 경보가 발령 중이다.

프랑스도 25일 남서부 랑드에서 37.1도, 26일 서부 라로슈쉬르용에서 35.8도까지 오르는 등 5월 폭염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 서부 8개 데파르트망(광역 자치권)에는 폭염 주황색 경보가 발령됐다. 앞으로 며칠간 기온은 최고 39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프랑스 기상청은 관측했다.

폭염 속에 영국에서는 지난 24일부터 각지의 바다, 강, 호수 등지에서 총 9건의 익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9명 중 7명은 10대 청소년 또는 어린이였다.

이에 영국 왕립인명구조협회(RLSS)는 "기온이 25도가 되면 우발적인 익사 위험이 5배 증가하며, 10대와 청년이 목숨을 잃을 확률이 더 높다"며 이날 수상 안전에 대한 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폭염 관련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프랑스의 모드 브레종 정부 대변인은 최근 며칠간 "폭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망자가 7명 발생했다"며 "이 중 익사 사고는 5건, 스포츠 경기 중 폭염으로 인한 사망도 있었다"고 전날 밝혔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최근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에서 최소 14명이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에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냉방 기구 판매도 늘고 있다.

영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커리스에서는 5월 '뱅크 홀리데이' 연휴에 선풍기 등 냉방 제품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천758% 급증했다.

영국 백화점 존 루이스의 모회사 존 루이스 파트너십도 같은 기간 냉방 제품 매출이 800% 증가했으며, 어린이용 풀장 판매량은 전주보다 700%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의 폭염은 북아프리카에서 북상한 뜨거운 공기가 서유럽 상공의 고기압 시스템에 갇힌 열돔 현상에 따른 것이다.

유엔의 기후 변화 대응을 이끄는 수장은 이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지구 온난화의 비용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유럽 폭염은 인간과 경제 모두에 커지는 기후 위기의 영향을 잔인하게 일깨워준다"며 "전 세계가 석탄, 석유, 가스를 태우고 숲을 파괴하는 행위에 중독된 것이 주범"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중동 전쟁이 화석 연료 수입 의존에 따른 비용을 보여주는 시기에 발생한 이번 폭염은 이중고"라고 덧붙였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온열질환 사망자와 가축 폐사, 정전사태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 때 낮 최고 기온이 50도 안팎까지 치솟는 인도에서는 최근 열사병으로 37명이 숨졌다.

지난주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는 최근 주 전역에서 폭염으로 16명이, 인근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 21명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는 지난달부터 남부 지역뿐만 아니라 북부와 서부 등 전역에서 폭염이 지속되고 있으며 서부 라자스탄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8도를 넘었다.

지난주 전력 수요는 270GW(기가와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남부 일부 지역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라자스탄주에서는 물 부족으로 소들이 폐사했고, 이 지역 바라트푸르에서는 여성들이 새벽에 냄비를 든 채 우물 앞에서 줄을 서 물을 받았다.

최근 기온이 47도까지 오른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한 마을에서는 주민 2천500명이 얕은 구덩이나 갈라진 강바닥에서 스며 나오는 진흙물을 쓰는 상황이다.



인도에서는 보통 3∼4월부터 더위가 시작돼 5월에는 낮 최고 기온이 50도 안팎까지 오르고, 몬순 우기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점차 기온이 낮아진다.

기상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으로 이달 들어 인도 대륙 전역에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근 방글라데시에서도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인 지난달 말부터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2위 의류 제조국이지만 중동 전쟁으로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선풍기를 포함한 냉방장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공장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의류업계에서 일하는 자항기르 알람은 로이터에 "많은 중소 의류 제조업체들이 정전 때 발전기 가동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종종 선풍기나 기타 냉방 설비 사용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권리 보호 단체인 방글라데시 노동자 연대 센터의 칼포나 악터 사무총장은 "견디기 힘든 무더위 속에서 많은 노동자가 경련이나 실신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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