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쳐진 여당의원의 표결 복수…트럼프 '승자의 저주' 빠지나
중간선거 당내 경선 탈락 후 트럼프 정책 저지 '보복'…"트럼프 자충수"
지지후보 본선승리도 장담 어려워…"트럼프에겐 숙청 통한 당 장악이 중요"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현직 의원을 잇따라 몰아내며 당 장악력을 과시했지만 결국 자기 발등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에 밀려 경선에서 탈락한 현직 의원이 남은 임기 동안 의회에서 각종 정책에 발목을 잡을 공산이 커진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최근 인디애나주와 루이지애나주, 켄터키주 공화당 경선에서 연달아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들이 잇따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난 상대 후보들은 줄지어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수극'이 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이란전쟁을 비롯해 온갖 현안이 쌓여있는 와중에도 일찌감치 지지를 선언해둔 후보들을 집중 지원하며 당 장악력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엔 상당한 대가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
곧바로 루이지애나주 연방 상원의원 공화당 경선에서 밀려난 빌 캐시디 상원의원이 행동에 나섰다.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캐시디 의원은 엄연히 현직이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7차례나 상정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좌초되다가 캐시디 의원의 '변심'으로 본회의 상정이 성사된 것이다. 공화당 53명, 민주당 47명으로 여당이 근소하게 우위인 상원의 지형에서 캐시디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자마자 회심의 한표(찬성표)를 던진 것이 결국 '이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캐시디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당내 우려는 어느 정도 확인된 것이다.
캐시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지지한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을 '중범죄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팩스턴 지지로 캐시디 의원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인물이 바로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4선인 코닌 의원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외면했다.
팩스턴은 공금유용 등의 의혹으로 2023년 공화당 우위의 주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이력이 있다. 주 상원에서 결국 탄핵 가결은 피했으나 캐시디 의원이 팩스턴의 가장 아픈 지점을 정확하게 찌르며 트럼프 대통령에 보복한 셈이다.
게다가 캐시디 의원은 보건·교육·노동 분야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캐시디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원의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코닌 의원 역시 팩스턴에 밀려 패배하면 캐시디 의원의 행보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위협에 흔들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가뜩이나 공화당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말발이 잘 먹혀들지 않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존 케네디 상원의원마저 기소 당한 측근 보상금조로 17억7천600만 달러(2조6천억원)의 기금을 세금으로 조성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명했다.
결국 지지 후보의 당내 경선 승리를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 과시는 잠깐일 뿐 의회 내 영향력 약화로 국정 추진 동력을 깎아 먹어 11월 중간선거에 공화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원 공화당의 고위 관계자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지난 몇주간의 '이른바' 승리들은 신기루에 불과한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의원들을 내치며 지지한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간선거 결과를 좌우할 무당파 유권자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작 26%에 불과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에 의석을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정치적 숙청이 당내 장악력 유지에 핵심적이라고 여겨왔다"고 지적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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