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협법 개정안 입장 발표 돌연 보류…내부 의견수렴 난항
'직선제 수용' 여부에 조합장 이견…농협법 개정도 지연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농협이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과 관련한 입장문 발표를 추진했다가 내부 이견 조율에 난항을 겪으며 돌연 보류했다.
20일 농협 등에 따르면 전국 농·축협 조합장 등이 참여한 '농협 자율성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회의를 열고 정부 개정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농협은 당초 비대위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추진 중인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은 수용하되,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 대신 준법감시위원회 등을 통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회의 종료 후 입장 발표는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 갑자기 미뤄졌다. 농협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한 추가적인 의견 수렴과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발표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조합장들 사이에 입장문 발표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농협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중앙회가 조합원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입장문 발표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감사위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이 조직 이기주의로 비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장 발표가 미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은 그동안 정부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지난달에는 조합장들과 농민 약 2만명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협법 개정 추진에 반대하기도 했다.
조합장들은 직선제 도입 시 중앙회장 선거의 정치화 가능성과 과도한 선거 비용 발생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안 역시 중앙회가 가진 고유의 경영 자율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반발이 이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조합장 대상 설명회를 열고 국회도 농협법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와 맞물려 농협법 개정 입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이전 농협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조합장 반발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내 이견 등으로 법안은 아직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촌 민심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따라 상임위원회가 조정되면 법안 처리 시점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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