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반정부시위 격화…생필품 가격 폭등·은행 영업 중단

입력 2026-05-20 01:10
볼리비아 반정부시위 격화…생필품 가격 폭등·은행 영업 중단

도로 봉쇄로 물류 마비 및 극심한 공급난…시위대·경찰 충돌로 부상자 속출

우파 정권에 반발하는 원주민·좌파 시위대 수도로 집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볼리비아에서 자유주의 성향의 우파 정권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은행이 문을 닫고, 도로 봉쇄로 물류가 막히는 등 국가적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시위대의 무기한 도로 봉쇄로 인해 전국 6개 주(州)에서 60곳이 넘는 주요 간선도로가 마비됐다.

특히 수도로 진입하는 핵심 도로들이 차단되면서 행정수도인 라파스의 식량 및 연료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등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물류가 막히면서 물가도 가파르게 앙등하고 있다. 라파스 시장에서 닭고기 가격은 ㎏당 100볼리비아노(약 2만2천원)를 돌파하며 배 이상 올랐고, 토마토 등 채소와 과일 가격은 평소보다 3배 가까이 폭등했다. 달걀 등 일부 필수 식료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폭력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경찰 11명이 다치는 등 부상자도 무더기로 나왔다. 시민 부상자는 공식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 내 무력 충돌과 혼란이 거듭되자 라파스 시내의 주요 은행들은 19일 약탈 등을 우려해 문을 걸어 잠그고 당일 영업을 전면 중지했다.



이번 시위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건 원주민들의 공동체 토지를 시장경제에 편입하려는 '법률 제1720호'를 정부가 추진하면서다. 애초 이 토지들은 개인이 함부로 팔거나 저당 잡을 수 없는 '공동체 토지'였는데, 법안은 토지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했다.

베니와 판도 등 동부 지역의 원주민과 소농들은 이 법안이 사실상 합법적인 토지 수탈이라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해당 법안을 전격 철회했으나, 시위는 이미 정권 퇴진 운동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상태다. 민생고에 시달리던 교사와 광부, 운송노조 등 다른 사회 계층들이 대거 합류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대선 결선 투표에서 54.5%의 득표율로 당선된 파스 대통령이 취임 직후 급진적인 자유주의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지난 20년간 집권했던 좌파 및 원주민 세력과의 극단적인 '좌우 갈등'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위대 내부에는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따르는 좌파 세력과 농민 단체들이 전방위로 결집해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좌우 갈등'과 물류 마비가 볼리비아 사회를 파국으로 몰고 가자 가톨릭교회와 인권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진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볼리비아 가톨릭교회와 인권단체 엘알토인권상설위원회 등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즉각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물론 볼리비아 원주민 여성농민연맹, 라파스주(州) 농민노동자통합연맹 등 시위를 주도하는 대표 단체들이 조건 없는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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