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차기 총리 경쟁에 'EU 재가입' 논쟁 재점화
'스타머 경쟁자' 前보건장관 "재가입해야"
탈퇴표 65% 지역 출마 버넘시장 "이번 선거 초점 아냐"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를 교체할 집권 노동당 대표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노동당 내에서는 유럽연합(EU) 재가입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한 콘퍼런스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EU 탈퇴는 재앙적인 실수였다"며 "그 때문에 우린 산업혁명 이후 가장 약해지고 가난해졌으며 통제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스트리팅 전 장관은 "영국의 미래는 유럽과 함께하며 언젠가는 EU로 되돌아갈 것이기에 우리는 EU와 새로운 특별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리팅 전 장관은 노동당이 다음 총선에서 EU 재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에게 그 방향을 승인받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지난 7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도부 대혼란에 빠져 있는 노동당은 스트리팅 전 장관이 당 대표 경선 출마 의향을 밝히면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문제를 꺼내 든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국 국민 상당수가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를 후회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고 있지만, 재가입 추진은 국가를 대혼돈에 빠뜨릴 것이기에 정계에서는 언급이 금기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 당시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노동당도 2024년 7월 총선 공약으로 EU와 관계 강화를 내걸면서도 유럽 단일시장이나 관세동맹 재가입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 왔다.
스타머 총리 지지파인 리사 낸디 문화체육 장관은 17일 BBC 방송에 출연해 "나도 잔류 캠페인을 벌였고 브렉시트는 실수였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왜 유럽에 초점을 맞추는지는 정말 모르겠다"며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낸디 장관은 "우린 정부로서 (전임 보수당 정부의) 형편없는 브렉시트 합의로 국민 삶의 질에 발생한 불필요한 피해를 실용적인 방식으로 복구하려고 이미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빠졌던 악순환의 논란을 재개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트리팅 전 장관이 경선 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을 겨냥해 'EU 재가입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버넘 시장은 경선 도전을 위해 그레이터 맨체스터의 메이커필드 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는데, 이 선거구에서는 2016년 국민투표 당시 35%가 잔류에, 65%가 탈퇴에 투표했다.
이 지역의 총선 선거구와 지방선거 선거구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메이커필드 선거구에서 반유럽통합주의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득표율은 약 50%였고 노동당이 27%였던 것으로 BBC는 분석한다.
버넘 시장은 16일 ITV 뉴스와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EU 재가입에) 타당성이 있더라도 이번 보궐선거에서 그걸 다루지는 않겠다"며 "영국은 지금 국내에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개혁당은 곧바로 노동당 내의 이런 논쟁을 반겼다. 이 당 대변인은 "버넘 시장은 유권자들에게 (EU 재가입에 관한) 이런 언급들을 상기시키지 않고 싶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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