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모욕, 모스크에 방화…'예루살렘의 날' 정착민 폭력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1967년 동예루살렘을 장악하고 병합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에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매체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강 서안 중부의 바이트 이크사 마을 외곽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이 눈이 가려지고 손도 묶인 팔레스타인 남성을 뒤쪽에서 붙잡고 흔드는 장면이 목격됐다.
인근에서 촬영된 다른 영상에는 무장한 정착촌 주민들이 도로에 쓰러진 팔레스타인 남성을 쳐다보며 걸어가는 모습도 담겼다. 이 영상에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등장하지만, 정착촌 주민의 폭력을 제지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무기를 지급받은 극단주의 정착민들이 무기를 자기방어가 아닌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과 위협에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날 밤에는 요르단강 서안의 중심도시 라말라의 지비야 마을에서 유대인 정착민들이 이슬람사원 한곳과 인근에 있던 자동차 등에 불을 질렀다.
더욱이 정착민들은 모스크 벽에 페인트로 '예루살렘의 해방을 위해'라는 낙서를 남기기도 했다.
그 밖에도 이날 요르단강 서안 중부의 수크바 마을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차량 여러 대를 불태우거나 파손했다고 팔레스타인 와파(WAFA) 통신이 전했다.
유대인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폭력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단적 우파 성향의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급격하게 늘어났다.
정착민들의 이 같은 폭력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지만 용의자가 체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전날 일몰과 함께 '예루살렘의 날'이 시작되면서 요르단강 서안을 중심으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이 기승을 부렸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연정 내 극우성향 정치인들은 이런 정착민들의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극우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전날 예루살렘의 날 행사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A·B·C 구역을 구분하는 경계를 영구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5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체결한 오슬로 2차 협정에 따라 요르단강 서안은 세 구역으로 분할 관리되고 있다. C구역은 이스라엘이 행정과 치안 등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지역이며, B구역은 팔레스타인이 민간 행정을 맡고 이스라엘이 치안을 담당한다. 반면 A구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행정과 치안 모두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
스모트리히 장관의 이날 발언은 팔레스타인의 자치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서안 전역으로 이스라엘의 통제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전날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도발을 감행했다.
그는 유대교도가 기도할 수 없는 성지에서 기도하고 춤추며 노래를 부르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비롯한 이슬람교도들을 자극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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