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고·탐색 병행 시진핑…트럼프 '전략적 모호' 억지효과는
트럼프 "시진핑이 '대만 유사시 미국 개입할 것이냐' 물었다" 소개
전임 바이든과는 다른 '모호성 견지'…對중국 억지력으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판매 지속여부가 美 대만방어 의지 바로미터 될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박성민 특파원 = 14∼1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 및 차담 등에서 이뤄진 대만 관련 논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 중동의 늪에 빠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경고와 탐색을 병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그 모호성이 중국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지, 자제하게 만들지는 속단키 어려워 보인다.
시 주석은 14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이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고,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해 중미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측이 발표했다.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의 외교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최고 수위의 '경고'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만에 대한 추가적인 무기 판매 결정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위협구'급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읽혔다.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정리된다.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 내 회견에서 시 주석과 대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해 그(시 주석)는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길 원치 않는다"고 밝힌 뒤 "왜냐하면 그것은 매우 강력한 충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시진핑)는 '우리는 그것(대만)을 수천년 동안 소유했는데, 특정한 시점에 그것(대만)이 떠났고 우리는 그것을 되찾으려 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뒤 미중이 충돌했던 한국전쟁을 포함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해 매우 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나는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등과 관련) 어느 쪽으로든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시 주석이 오늘 내게 그것을 물었지만,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아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며, 바로 나다. 나만 유일하게 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당장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9천500마일(약 1만5천km) 떨어진 곳에서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공격시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지'에 대해 시 주석이 직접 물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시 주석은 이틀간 6차례 대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방어 의지'를 직접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노코멘트' 반응을 보인 것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 여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하면 미중관계가 어려워지고,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 결의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가타부타 밝히지 않는 길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모호성이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지도부의 대만 관련 '모험주의'를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2월 발간한 최신 국가안보전략 등에서 대만 방어를 우선순위 안보 의제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에서 미중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만 방어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대한 책임과 물적 부담을 더 맡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안보정책 기조는 대만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을 긴장케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이 직접 결단한 대이란 전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며, 그 전쟁 수행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자산 일부를 중동으로 돌린 상황이다.
평소 같으면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 자체가 대만과 관련한 상당한 억지력이 될 수 있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 억지력은 과거에 비해 약할 수 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공개 석상에서 대만 유사시 대만 방어에 나설 것임을 누차 밝혔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는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모호성'이 시 주석의 대만 관련 모험주의를 단념시킬지 현재로선 장담키 어렵다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가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방어 의지와 관련해서는 향후 대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기 판매 관련 결정이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 회견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상세히 논의했다고 소개한 뒤 "나는 향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2년 미국은 대만에 대한 정책 기조를 담은 '6대 보장'을 마련했는데, 거기에는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시 중국과 사전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 주석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를 상세히 논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6대 보장'에 어긋날 소지가 있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만에 대한 110억 달러 상당의 무기 수출을 승인했다. 하지만 그 이후 대만에 대한 추가적인 무기 판매에 대해서는 미중정상회담을 감안해 신중 기류를 보이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시 주석과 양국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뜻을 같이한 상황에서 그와 같은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수출을 계속할지 여부가 당장 관심을 모으게 됐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