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트럼프-김정은 '번개회동' 결국 불발…물밑 소통 되살릴까

입력 2026-05-15 22:13
[미중정상회담] 트럼프-김정은 '번개회동' 결국 불발…물밑 소통 되살릴까

전쟁중 자리 비우는 '부담' 감수한 트럼프, 외교적 모험할 여력 없었을듯

비핵화 철저 배격하는 北 상대할 美 대북정책 준비됐는지도 미지수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3∼15일(현지시간) 방중 계기에 이뤄질지 관심을 모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차담과 오찬 협의 등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에어포스원(전용기)을 타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이번 방중 계기에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라졌다.

북한의 '혈맹'이자 접경국인 중국 수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찾는 계기에 집권 1기 때 3차례 만났던 김 위원장을 베이징 또는 제3의 장소에서 만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겉으로 드러난 시도조차 없었던 것이다.

작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연락을 해오면 만날 용의가 있음을 밝혔으나, 결국 북한의 반응이 없어 '다음 기회'를 기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부산에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내가 너무 바빠서 우리(나와 김정은)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며 "나는 다시 오겠다. 김정은과 관련해서는 다시 오겠다"고 언급했다.

그로부터 반년 만에 이뤄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북미 정상의 4번째 회동을 위한 기회로 여겨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내내 전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중 기간 무역과 이란 문제 관련 미중 협상에 전념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과 같은 다른 '빅이벤트'를 생각할 여유 자체가 없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휴전 중이라고는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2개월 반 동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해외 순방을 떠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그런 터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 외에 또 다른 외교 이벤트를 개최할 형편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또 비핵화를 전적으로 거부하며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바라고 있는 북한을 상대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략'과 '전술'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당장 북미대화 시도라는 외교적 모험을 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의 하나였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나, 최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단기적으로 이루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돌리고 현실적인 대북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견해가 고개를 드는 실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을 포함한 중동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진행 중인 여러 대외 현안에 깊이 발목이 잡혀 있어 대북 접근 방법의 변화를 진지하게 검토할 여력 자체가 없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아울러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무기 공급을 통해 북러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리 트럼프 행정부라도 북한을 대화의 판으로 끌어낼 유인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워싱턴의 몇몇 외교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대화와 이를 통한 외교·안보 성과 도출에 대해 여전히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 만큼 어떤 상황과 계기가 주어지면 향후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모색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 기내에서 기자들과 가진 문답에서 시 주석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소개한 뒤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이며,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김 위원장과 소통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백악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20여분간 '깜짝 면담'을 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건 참 좋다. 그런데 그게 이번에 중국 가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는 표현을 썼다고 김 총리가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다만 트럼프 집권 후반기 미국 의회 권력의 향배를 결정할 11월 초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대외 정책 수행의 동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정세 변화를 모색할 시간의 '창'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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